삼성중공업이 현재 건조 중인 선박형 드릴십 2척을 팔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선주사인 스위스 트랜스오션이 계약이행 포기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손실충당금은 수천억원으로 예상돼 재무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는 취임 후 줄곧 흑자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엔스코와의 소성건에 이어 드릴십 매각 무산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남 대표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중공업을 수렁에서 건져내야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남 대표는 1958년생으로 울산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했다.
그는 PM 상무, 고객지원팀장 상무, 시운전팀장 상무, 안전품질 담당 전무, 조선소 부소장을 역임한 생산관리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상선과 해양플랜트를 가리지 않고 안전관리 등 생산현장을 두루 책임져온 조선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풍부한 현장경험과 전문식견으로 박대영 전 사장이 직접 대표이사에 추천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사실 남 대표가 삼성중공업의 경영책임을 맡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미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2014년 이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그는 취입 후 인단협에서 기본등 동결을 이끌어 내고 조직과 임원 축소 등 삼성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원가절감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덕분에 올해는 영업손실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삼성중공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2조5874억원) 보다 24.8% 늘어났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상반기(1483억원 손실)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896억원이다. 당기순손실은 전년(2022억원) 보다 2배 이상 늘어난 4120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올초 연내 흑자전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상반기 미국 선사인 엔스코(Ensco)와의 소송 패소로 1억8000만달러(약 2157억원)을 충당금으로 계상했다. 이로 인해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대폭 증가했다.
악재는 연이어 찾아왔다. 이번엔 트랜스오션이 드릴십 2척의 계약이행을 포기하면서 또 수천억원의 충당금이 계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업계는 이로 인한 충당금이 3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취소된 선박에 대한 인도대금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삼성중공업의 재무상태가 견고하고 신규 수주 확대에 따른 선수금 유입도 지속되고 있어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대형사들은 2015년부터 수주잔고 내 시추선 상당수에서 인도 지연과 계약해지를 경험했다. 이들에 대한 보수적인 회계정책을 적용한 상태로 해당 선박들의 선가와 선수금 확보 규모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수주취소가 발생하더라도 대형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 대표는 2019년 경영 포부로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하고 매출은 7조원 수준으로 회복시킬 것을 밝히면서 강한 의지를 표했다.
그의 강한 의지 덕분인지 상반기 수주 행보는 조선 3사 중 가장 좋다.
지난 6월말까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0척, 원유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1기 등 총 14척, 32억 러(약 3조7600억원)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5억 달러)와 비교해 28% 더 높으며 올해 목표 78억 달러(약 9조원)의 41%를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상반기 수주 사업은 내년 이후 실적에 반영돼 올해 실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남 대표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도 손실을 기록하면서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갈지,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