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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유통 실험’ 언제까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성규 기자
2019-10-15 11:12:00

초저가 VS 프리미엄, 시장 양분화…극복 과제 산더미, 리더십 ‘흔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제공]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모습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소비시장이 초저가와 프리미엄으로 양분화 되는 가운데 온라인 업체들의 난입은 대형마트 등 소매 부문에 더 큰 타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에 큰 문제는 없지만 ‘유통실험’이 길어질수록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승계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정용진 부회장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각각 보유한 신세계·이마트 주식을 교환했다. 이후 이마트는 신세계가 보유한 프리미엄 슈퍼마켓 4개점, 신세계프라퍼티 지분 10%를 사들였다.

2018년 3월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면세점글로벌 지분 100%를 신세계조선호텔로부터 매수했다. 같은해 10월 광주신세계는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이마트에 양도했다.

일련의 과정은 신세계그룹 내 대형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분리해 사업 효율화를 높이기 위함이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 승계도 맞물려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대형마트 부문을,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를 중심으로 백화점을 이끌고 있다. 정유경 사장은 향후 정용진 부회장이 보유한 광주신세계 지분(52.08%)을 넘겨받으면 백화점 경영이 더욱 굳건해진다.

2016년 ‘남매 빅딜’ 이후 신세계 주가는 상승한 반면 이마트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소비시장이 초저가와 프리미엄으로 양분화 되는 가운데 이커머스 등장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에 지속 타격을 가한 탓이다.

이마트는 소비패턴 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창고형할인점(트레이더스), 복합쇼핑몰(스타필드) 영업을 확대중이다. 대형마트 부진을 일부 만회하고 있지만 점포 확장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수익성 저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여타 유통채널과 차별성이 약화되면서 기존점 매출이 축소되는 추세다. 올해 2분기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99억원이다. 창사이래 첫 적자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ajunews.com]

신세계도 소비패턴 변화에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지만 같은 기간 681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14.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업종과 외부변수 차이는 있지만 경영 성과만을 놓고 보면 정용진 부회장의 심리적 부담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용진 부회장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쳤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삐에로쇼핑’ 등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버거 플랜트(Burger Plant)’를 ‘노브랜드 버거(No Brand Burger)’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초저가 와인을 내놓은 결과 출시 70일만에 70만병이 팔리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향후 유통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가지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며 “초저가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변화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 지목하지만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제외하면 시장조달이 제한적이다. 이마트는 국내외 경로를 통해 자금조달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채와 자본 등 자금유치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쓱닷컴)’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원을 투입했다.

현재 시장이 기대를 하는 것은 ‘초저가’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성공한다면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강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유통업 전반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정용진 부회장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업태는 다르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정유경 사장과 비교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마트 실적 개선이 우선 순위”라며 “경영능력 입증뿐만 아니라 향후 배당 확대 등으로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그룹이 가진 유통 노하우를 통해 초저가 전략 지속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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