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국내 최초 인공지능 TV '기가지니'를 선보이며 AI 대중화에 앞장서 오고 있는 만큼 한국이 초지능 사회로 갈 수 있도록 KT가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이 5G+AI 플랫폼 기업 전진화 포부를 밝힌 지 하루 만인 30일, KT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T AI 에브리웨어(KT AI Everywhere) 비전을 공개했다.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집·학교·직장·공장을 가리지 않고 KT AI가 자리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KT는 이를 위해 향후 4년간 AI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현재 600명 수준인 AI 관련 인력도 1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G 네트워크 고도화에 맞춰 AI 역량을 확대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과거 혁신적 변화는 반도체가 이끌었지만 이제는 5G 차례"라고 자신했다. 국제 사회는 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한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을 석권하는 데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KT 회장에 취임한 황 회장은 새로운 목표와 비전인 '기가토피아(GiGAtopia)'와 ‘글로벌 1등 KT(Global No.1 KT)'를 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5G 로드맵을 제시하며 공기업 성격이 강했던 KT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실적 개선도 이끌었다. 2016년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22조74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4400억원으로 11.4% 신장했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 정기모임에 처음 참석해서도 그는 한국 5G 기술력에 대해 설파했다.
황 회장은 "5G 기술은 단순히 속도만 빠른 네트워크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정보 격차를 줄이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하고 "한국은 5G 상용화 준비를 거의 다 마쳤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이야기를 들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이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등 통신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인정을 받으면서 ‘미스터 5G(Mr. 5G)’라는 별명이 붙었다.
"5G가 LTE보다 조금 빠른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선에도 그는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했다. 역시 가입자는 빠르게 늘었다. 국내는 연말까지 400만명(KT 가입자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에는 우르스 셰피 스위스컴 CEO를 만나 양국 간 5G 사업 활성화를 위해 5G-사물인터넷(IoT) 연결을 위한 멀티엑세스에지컴퓨팅(MEC) 분야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스위스컴은 유럽에서 처음 5G를 상용화한 기업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노벨상 수상자 21명을 배출한 취리히 연방 공대 석·박사 학생 400여명을 대상으로 '5G, 번영을 위한 혁신'을 주제로 특별 강연도 펼쳤다.
그는 "5G가 가진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이 우리 삶을 크게 바꿀 것"이라며 "5G에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들이 돼 달라"고 당부해 호응을 얻었다.
황 회장은 AI 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Global) △산업(Industry) △업무공간(Office) △미래세대(Education) 등 4대 분야에 치중할 계획이다. 기가지니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용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11월 중 필리핀 세부에서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아시아∙중동지역에서 AI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러시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MTS에도 기가지니 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으로 이끈 주역이 이제는 대한민국을 세계가 부러워하는 '5G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반도체 신화를 이끌어낸 바 있는 '황창규 뚝심'이 다시 한번 5G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