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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금융수다] 氣 센 의협, 눈감은 당국… 줄줄 새는 보험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혜지 기자
2020-02-06 14:02:34

멀쩡해도 도수치료 권해… 금감원 과잉진료 모르쇠

보험금 인상의 주된 원인을 제공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의사협회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번 반복되는 보험금 인상 논란은 보험회사와 금융당국 사이의 문제로만 보기에 무리가 있다. 보험금 인상의 주된 원인을 제공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의협(대한의사협회)이다.”

최근 기자가 만난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 인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소비자들이 보험회사를 비난하는 것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의 단면만을 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보험업계는 보험금 인상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나치게 강한 대한의사협회와 과도하게 이 단체의 눈치를 보는 금융당국의 방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을 보면 4134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대비 134억원(3.4%) 증가했다. 적발 인원은 4만3094명으로 같은 기간 11.4%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가 꾸준히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가 허점이 드러난 보험금 지급 제도와 이를 적극적으로 보완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폐기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꼽을 수 있다. 이 법안은 34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편리하게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법적 근간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서류를 뗀 뒤 별도로 보험사를 방문해 비용을 청구해야 보험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인프라가 구축되면 전국의 모든 병원과 보험사의 전산망이 연결돼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를 보험회사가 병원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험 가입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대한의사협회의 강한 반발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폐기됐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률 개정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며 “실손보험 청구 전자·간소화를 위해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관련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사협회가 환자 정보를 중계하게 되는 심평원이나 전문중계기관을 통해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나선 것이다. 당시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휴대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가능한데 집요하게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개인의료정보를) 보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결국 보험회사가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서 액수가 큰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보험업계뿐이며 국민과 의료기관은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이 같은 주장에 보험사들은 오히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비급여 진료내역 공개를 꺼리는 것은 보험사기의 중심에 의사협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험가입자 중 상당수가 청구할 의료비가 적으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상황이 많은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이 구축되면 보험사는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오히려 반대해야 할 보험사가 간소화 시스템 구축을 원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설문조사를 봐도 실손의료보험 미청구자 중 73.3%가 ‘진료금액이 소액’인 것을 이유로 들었고 44%는 ‘병원 방문이 귀찮아서’라고 답했다. 30.7%는 ‘증빙서류 보내기가 귀찮아서’ 보험금 청구를 포기했다고 응답했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보험회사가 더 손해를 볼 것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 이후 단순 타박상을 진료하고 치료만 해도 되는데 일부 병원에서는 더 많은 진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도수치료를 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이런 사기로 강남에 빌딩을 세운 의료단체가 여럿일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도수치료는 실손보험을 통하면 연간 180회까지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실손보험을 활용한다. 2009년 10월부터 판매된 표준화 실손상품의 자기부담금도 전체 진료비의 10~20%에 불과하다. 회당 도수치료비가 10만원이라면 환자는 최대 2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도수치료에 대한 명확한 심사 기준도 없다. 의사 진단서만 있으면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어 다수의 병·의원이 환자에게 고액의 도수치료를 권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통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진짜 이유다. 더 나아가 요양병원 입원, 과잉 진료 등 보이지 않는 보험사기로 연결될 우려가 존재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치권에서는 관련 개정안 처리에 침묵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 법조인, 의료계 출신 인사들이 얼마나 많냐”며 “대한의사협회가 법률안 발의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비 등)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과 같은 당국도 대한의사협회에서 정치권으로 이어지는 입김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 수시로 병원을 바꿔가며 입원하는 수법을 반복해 보험금을 청구‧수령한 환자를 가려내고 허위·과다 장애진단으로 보험금을 편취한 병원을 적극적으로 적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정치권으로부터 금융감독원 독립성을 강화해야 하고, 금감원 보험사기 조사 인력 직원수를 늘려야 한다”며 “보험사 금감원 파견 인력을 늘려 이 같은 의료계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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