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지난해 1조 원 넘는 적자를 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한전의 연이은 실적 악화에 올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정부가 전기료 인상에 미온적인 입장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가중되면서 전기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은 실적 부진의 원인을 두고 “지난해 폭염, 혹한이 덜해 냉난방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기판매 수익이 줄었고,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과 전력설비 투자 등으로 비용이 2조 원 증가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은 2018년 530억원에서 작년 7095억원으로 급증했고,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원전 관련 비용은 전년 대비 1874억원 늘었다.
정치권에서도 한전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삼화 미래통합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3년 전까지 한 해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던 한전은 지난해 1조35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한전 적자와 에너지전환 정책 정책은 무관하다고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 대신 가스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전력구입비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사상 최악의 적자 기록에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합리적 제도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업계는 한전이 하반기에 전기요금을 3~5%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산업용 경부하요금 인상안과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축소 또는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개편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킬로와트시(kWh)이하 저소비층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958만 가구가 혜택을 봤고 총 할인액은 4000억원에 달했다.
통신요금처럼 소비자가 스스로 전기 사용 패턴을 고려해 요금제를 고를 수 있는 선택적 전기요금제도 만들 예정이다. 한전은 전기 요금의 이용자에 대한 부담 원칙을 세우고 현재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한전에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제출하면 검토를 하겠지만 아직은 이 단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