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 [사진=농심 제공]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부 일본인들이 짜파구리가 짜파게티와 너구리 조합인 줄 모르고 슈퍼마켓에서 ‘짜파구리’를 찾는 것을 보았습니다. 짜파구리를 제품으로 출시한다면, 외국인들이 더 쉽게 맛볼 수 있을 거예요.”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한 이후 한 외국인이 농심 SNS에 남긴 댓글이다. 이처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에 던지는 관심이 커지자 농심은 지난달 20일 짜파구리를 컵라면 형태로 국내외에 출시했다. 주말마다 짜파구리를 찾는 사람으로서 먹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요알못'이 만드는 짜파구리는 조리할 때마다 늘 맛이 다른 마법같은 음식이었다. 절묘한 황금비율을 찾아내는 날도 있었지만 다음 번에 하면 역시나 그 맛을 낼 수 없어 슬펐다. 조금이라도 방심한 날이면 라면 한 개에 소스 2개를 거의 다 부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해 밤새 벌컥벌컥 물만 마시기도 했다.
그래서 '짜파구리'가 하나의 제품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반가웠다. 손대중으로 소스 두 개를 털어넣고 '내가 못 먹을 음식을 또 만들었구나' 아쉬워하며 버릴 일은 없겠다 싶었다. 물론 소스 비율에 선택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아쉬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농심은 봉지라면은 기존 '짜파구리' 영역으로 남겨두고, 컵라면을 출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농심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에 포함된 분말스프와 조미유. [사진=강지수 기자]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에는 매콤한 해물짜장소스맛을 내는 분말스프와 고추와 함께 볶은 야채조미유가 포함돼 있다. 면 두께는 기존 농심 '짜파게티' 용기면과 유사한 정도로, 너구리보다는 얇지만 컵라면 중에서는 두꺼운 편이다.

농심 '앵그리 짜파구리'에 포함된 면과 건더기 소스. [사진=강지수 기자]
짜파구리나 너구리 좀 먹어 본 사람이라면 눈 크게 뜨고 찾아볼 것이 있다. 다시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면 안에 수줍게 껴 있는 다시마를 볼 수 있다(왼쪽 사진). 사실 이게 전부인 줄 알고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용기면 바닥을 보니 너구리 모양 어묵과 다시마가 바닥에 넉넉히 깔려 있는 광경이 보였다(오른쪽 사진). 봉지면에 든 다시마만큼 넉넉한 크기는 아니지만 '너구리' 팬들의 표심은 잃지 않을 수 있을 정도였다. 기존 '짜파게티'에 있던 고기도 보여 두 라면을 섞은 느낌을 물씬 풍겼다.
기존 짜파구리는 볶음면 성격이 강해 물을 버리는 레시피를 예상했지만 '앵그리 짜파구리 큰사발'은 달랐다. 끓는 물 220ml을 부은 뒤 전자레인지(1000W 기준)에 3분간 넣고 돌리면 됐다. 전자레인지 없이 조리할 때는 뜨거운 물을 붓고 5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소스는 이 과정 이후 한꺼번에 넣는다. 봉지면으로 짜파구리를 조리할 때보다 번거로운 과정이 대폭 줄어 좋았다.

농심 '앵그리 짜파구리' 조리가 끝난 모습. [사진=강지수 기자]
소스와 조미유를 넣고 골고루 비벼 주자 기존 짜파구리보다는 붉은 색을 띄었다. 조미유에서는 매콤한 향도 느껴졌다. 한입 먹어 보았다.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리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매운 맛이 났다. 매운 것을 좋아해 짜파게티보다 너구리 소스를 더 넣는 편이라 적당히 만족스러웠다.
국물이 있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느끼함은 덜했다. 해장용으로 즐겨 찾게 될 맛이었다. '사천짜장' 등 매콤한 짜장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상위권에 두고 싶어졌다.
'짜파구리' 용기면은 5월부터 미국, 동남아시아,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된다. 농심은 이번 신제품 출시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불고 있는 짜파구리 열풍에 한 번 더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구리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한국 라면 매력을 알리며, 새로운 K푸드 주역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