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임기만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관여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성사 여부가 순탄하게 진행 중인 이 회장의 연임 행보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이 좌초 직전의 아시아나 매각건 성사를 위해 인수주체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과 최종 담판에 나선 것을 두고 회장직 연임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의 만남이 있은 지 이틀이 지난 28일 현재, 산은은 HDC현산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회장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1조5000억원씩 공동투자’에 대한 HDC현산의 입장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공동투자’라는 회유책은 이 회장이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재차 확인하는 동시에 교착상태에 빠진 매각건을 살려보려는 최후통첩과 같다. 통상 임기를 10여일 남겨둔 금융기관 수장의 행보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적극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고유의 승부사 기질을 이렇게까지 드러낸 행보는 결국 본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성사 결과까지 관여하겠다는 의도로 파악 중이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이 회장이 연임을 기정사실화 한 채 이번 M&A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회장 스스로 매듭을 짓고 싶겠지만 HDC현산에서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로서는 공을 넘겨받은 정 회장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차기 산은 후보군으로 떠오르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간 여당 전직 의원과 금융당국 고위 인사들이 차기 산은 회장으로 거론됐지만 이 회장의 대항마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책은행의 수장으로서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산은 회장의 특성상 현 정부의 기조에 벗어나 있지 않은 이 회장의 평판 역시 연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뿐만 아니라 쌍용차 이슈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는데 별다른 적임자가 없는 이상 연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금융위원장과도 대립각이 없었던 걸 미뤄볼 때 무혈입성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매각건만 놓고 보면 이 회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전날 공정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데 이어 박삼구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점이 향후 아시아나 M&A 전개의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와 아시아나항공은 잇따라 반박 주장을 펼쳤지만 산은은 한 발짝 물러나며 사태를 지켜보는 형국으로, 산은 관계자는 “(공정위발 조치에 대해선) 금호아시아나측에 확인해 볼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