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초대 하나은행장을 지낸 함 부 회장은 은행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당국으로부터 처분 받은 중징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취재 결과 당초 채용비리 건은 2월 중에 1심 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변론 종결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묶어 제기한 DLF 관련 소송의 첫 변론기일도 이달 28일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4월 8일로 재차 미뤄졌다. 두 사건 모두 코로나19 재확산을 의식한 재판부의 직권에 따라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오는 3월 임기를 마치는 김정태 현 회장의 후임 인사에 촉각을 세우며 이번 재판 진행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3인 부회장 체제에서 은행장 경력이 유일한 내부 출신의 함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 되지만, 떠안고 있는 법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에서다.
더욱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인 가운데 함 부회장 판결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LF 건은 소송 초반부라 회장 인선에 끼칠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채용비리 건은 앞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있는 만큼 함 부회장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015~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채에서 부정 채용한 의혹을 받아 기소된 이들 인사담당자는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최대 징역 1년과 벌금형에 처했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 역시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는 검찰 판단에 따라 기소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재판 연기가 하나금융 회추위의 최대 변수로, 함 부회장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이 나기 전에 회추위가 열릴 공산이 커 함 부회장을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할 명확한 근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회추위 규정 제7조(추천절차)는 ‘예비후보자가 관련법령,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내부 규정 등에서 정하는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공정하게 검증한 후 회장 후보를 추천한다’고 명시돼 있다. 함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지 않는다면 후보자로서의 자격 요건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함 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를 수 있도록 코로나까지 도와주는 형국”이라며 “1심 선고도 나지 않은 시점에서 마땅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함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이고, 항소 등의 법적 대응은 향후에 논의되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말했다.
DLF건을 둘러싸고 함 부회장 측이 지난해 6월 소장을 제출한 ‘업무정지 등 처분취소’ 사건 역시 코로나19 탓에 변론기일이 연기됐다. 애초 금융당국과 함 부회장 측 법정 공방의 서막은 지난해 12월 17일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양 측의 첫 상견례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증거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또 다시 주어진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소송에 임하는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당국 관계자는 “기일변경에 따라 금감원이 내린 징계 사유가 합리적이었음을 증명할 자료들을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며 “예상했던 대로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하나금융 측은 “공식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