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지난해 11년만에 적자를 보인 데 이어 작업 시간 감축과 무급순환휴직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조 문제 등으로 본사가 일감 맡기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쌍용차에 이어 르노삼성까지 적자의 늪에 빠지면서, 자동차업계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4일, 제1차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1차 무급순환휴직을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에 공식 제안했다.
현재 주·야간 2교대로 시간당 45대씩 생산하는 체제를 1교대로 시간당 60대씩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다. 사측이 제시한 휴직 기간은 3월 15일부터 5월 말까지다.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우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며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1교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노조에 전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부터 전 직원 4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받아왔지만, 결국 순환휴직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르노삼성이 이처럼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것은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르노그룹은 글로벌 연간 생산량을 400만 대에서 310만 대로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가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장 중 하나로 부산공장을 꼽았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2017년만 해도 연간 26만 대를 생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2019년보다도 34.5% 줄어든 11만 6166대에 그쳤다.
생산량 감소로 실적도 떨어져, 회사는 11년 만에 7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생산 목표도 10만 대에 불과해 일각에서는 ‘철수’에 대한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의 몰락은 지난 2019년 9월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닛산의 중형 SUV ‘로그’ 생산 계약이 끝나면서 시작됐다.
르노 본사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부산공장의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신차 배정을 꺼렸다.
여기에 노조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르노 본사의 부산공장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지난 2019년 르노삼성은 부산공장에서 닛산 로그를 약 8만 대 위탁생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해 39일간의 전면 파업으로 생산은 6만 대에 그쳤다.
2018년에도 파업으로 1116대의 생산손실이 생겼고, 지난해에는 14일간의 부분 파업으로 8223대를 생산하지 못했다.
올해도 불안하다. 르노삼성이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가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57.5%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하면서, 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실 파업의 불씨는 이미 켜진 상황이다.
전국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완전 쟁취와 구조조정 철폐를 위해 7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미 휴업으로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데, 무급 순환휴직으로 노동자들을 회사 밖으로 몰아내겠다는 것”이라며 사측을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본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물량을 할당받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해결이 급선무”라며 “빠른 임단협 타결 없이는 올해도 일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