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품느냐에 따라 단숨에 '이커머스 강자' 네이버, 쿠팡에 이어 3위에 등극,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신(新)유통대전'을 진두지휘하면서 오너가(家) 2세들간 자존심을 건 승부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 "신사업 찾아라" 'M&A DNA'··· 신동빈, '체질 개선' 강도 높게 주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임원회의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발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 다각화에 대한 '전략적 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그룹 매출을 떠받치고 있던 유통과 화학 부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베팅하기로 한 것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다. 이미 계열사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높여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서의 돌파구가 마련하기 위한 뜻으로 해석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부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 출전을 공식화한 바로 다음날에는 국내 최대 중고거래 업체인 중고나라의 인수 계획도 발표했다. 2003년 12월 개설된 중고나라는 최대 규모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2020년 현재 1800만 명이 넘는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온의 거래액은 약 7조6000억원으로 롯데그룹이 거래액 20조원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롯데온, 중고나라를 포함해 총 33조원 규모에 육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롯데온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M&A나 투자를 진행하지 않아 인수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인수전 변수도 상존하고 있다. 이커머스 부문 점유율이 한자리에 머물고 있는 롯데온의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점, 경영 실패 책임으로 롯데온 대표 자리가 공석인 점도 변수다. 중고나라 인수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커질지도 의문이다. 중고 거래업체인 당근마켓이 MZ세대와 지역을 기반으로 이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신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바이오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과 지분 인수, 조인트벤처(JV)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1999년 원료의약품 제조사로 출발한 엔지켐생명과학은 2013년 코넥스에 상장한 후 2018년 2월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업계는 엔지켐생명과학과 신약 개발, 위탁 생산(CMO) 사업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롯데그룹의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과는 결이 다른 미지의 분야"라며 "그동안 신사업 진출을 위한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했던 롯데가 바이오를 중·장기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발굴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단 JP모간을 인수 자문사로 고용하는 등 인수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등 신세계그룹 산하 법인의 온라인 부문을 통합한 쇼핑몰인 SSG닷컴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이마트를 포함한 SSG닷컴의 온라인 거래액은 3조9236억원에 달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SSG닷컴은 2014년 설립된 이후 연 20~3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분기 기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쿠팡, 롯데온 등 이커머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는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는 소비 채널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 쇼핑에 입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G마켓이나 11번가처럼 판매자를 위한 전용 플랫폼인 ‘쓱(SSG) 파트너스’를 마련해 외형을 키운다는 것이다. 일단 다음달 20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상반기엔 정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이마트는 지난 16일 네이버와 1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한다면 네이버와 함께 SSG닷컴, G마켓, 옥션 등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업계 1위 입지를 굳힐 수도 있다.
한편 거래액 규모로 봤을 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네이버, 쿠팡의 뒤를 이어 3강 구도 형성이 가능해진다. 매각대금도 5조원대로 뛰어올랐다. 당초 카카오 등이 유력 인수 주자로 거론됐지만 상황을 주시하던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전면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카카오는 아예 예비 입찰을 포기했고, SK텔레콤도 예비입찰에 나섰지만 최근 본입찰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