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서는 투자형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형 지주사란 말 그대로 ‘투자기업’과 유사한 형태를 띈다. 각 계열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자금공급과 조달을 통해 성장 지향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형태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 지주사들은 ‘만년 저평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기업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 주당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어서면 시장에서는 고평가로 간주된다. 투자형 지주의 대표주자인 SK㈜도 ‘PBR 1배’라는 벽을 좀처럼 넘기 어렵다.
지주사가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지분 축소가 꼽힌다. 국내 시장에서 투자주체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은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유일한 수단으로 지목된다. 자금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 과정에서 단연 지분율이 낮아지게 되고 자회사 성장을 온전히 누리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미국 지주사들이 자회사 지분을 100% 확보하고 있어 국내 지주사와 차이를 보인다. 투자자금 분산이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단순 지배목적에 있다. 국내 지주사 체제 출범은 지배구조 투명성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경영권 방어를 앞세운 승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단연 성장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게 되면서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배당과 로열티 등에 의존하는 수동적 사업형태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투자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ESG경영은 투자형 지주와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SG경영은 투자자 입장에서 더 많은 기업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간섭이 심해지는 것을 뜻한다.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와 상속세 등으로 나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자연스레 축소된다. 저평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영권마저 위태하면 투기자본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 현대차그룹을 공격한 공통점도 저평가 논란이 중심에 있었다. 기존 투자자들의 신뢰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지난해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하고 나선 화이트박스도 같은 맥락이다. 그룹 지주사인 ㈜LG 또한 지독한 저평가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형 지주사를 지향하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딜(deal)을 추진하면서 많은 SI(전략적투자자), FI(재무적투자자)와 관계도 있다. 소위말하는 ‘우군’을 확보하게 되면서 성장과 동시에 경영권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최근 LG그룹도 IB인력 영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 지배와 성장을 넘어 자체 능력 제고와 협업 등 입체적 전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IB관계자는 “우리나라 지주사들이 미국처럼 당장 자회사 지분을 100% 확보할 수는 없지 않냐”며 “우군도 확보하면서 성장도 누리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각종 딜(deal) 수행능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순 경영만 잘해서 되는 시대가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도 필수인 시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