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자사 유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직후, 회사 주식이 급등락하는 혼란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부정확한 정보를 공개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주가는 이날 오전 48만원까지 치솟았다가 하락세로 전환해 36만500원(전일대비 -5.13%)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주가 급등락 배경은 하루 전 남양유업이 자사 유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13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외부 기관의 의학적 검증 없이 자사 유제품이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공식 행사에서 공개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이 같은 발표가 내부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당 발표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불가리스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불가리스 제품이 품절되는 등 예상외의 파급력을 보이기도 했다.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7% 상승한 38만원에 거래를 마쳤고 시간외 거래에서는 10%가 더 오른 41만8000원까지 상승했다.
불가리스의 코로나 예방 효과가 논란이 되자 질병관리청까지 직접 나서 공식 입장을 밝히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 얻은 결과다.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결과를 이렇게 발표하면 안 된다”며 “세포나 실험관 안에서 효과가 있던 약물은 수백 개가 넘지만 그중 실제로 인체에서 효과를 본 약물은 거의 없다”며 “이런 발표가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남양유업 측이 사용한 연구 기법은 ‘ASTM E1052-11’ 방식이다. 이는 실험군과 대조군 내 잔존 바이러스 양을 비교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실험은 실험군에 불가리스 제품을 넣은 뒤, 바이러스의 감소율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사람이 불가리스를 먹어서 나타나는 효과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불공정 거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남양유업이 전환사채(CB) 발행을 앞두고 주가를 띄우기 위한 의도로 실험 결과를 발표했거나, 발표 이후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얻었다면 불공정 거래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가 성립되려면 남양유업이 악의를 가지고 내용을 조작해 이득을 봤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명백히 코로나19에 대한 예방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검사결과를 대대적으로 알렸다면 허위‧과장광고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스는 식품으로 분류돼 특정 질병에 효능이 있다고 발표하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주가 변동이 일종의 ‘코로나 테마주’ 성격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과 오너리스크 등으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특히 유통주식수가 회사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상태다. 현재 남양유업의 유통주식수는 67만9712주인데, 이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38만7714주를 보유해 사실상 29만2000주로 유통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주식 수가 적고 가격이 높아 사실상 투자자의 관심 밖에 있는 회사”라며 “최근 주식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이 몰릴 만한 기업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 관련 이슈가 터져 일시적으로 자금이 몰렸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