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욱일기가 그려진 스티커, 우산 등이 판매됐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국기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해당 상품들은 모두 해외 배송 상품으로, 쿠팡이 자체 판매하는 것이 아닌 오픈마켓 판매자가 등록한 것이다. 쿠팡 측은 "확인 후 즉시 판매 중단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모니터링을 통해 부적절한 상품들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번 욱일기 관련 상품들은 빠르게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2월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특공대를 뜻하는 '가미카제' 관련 상품을 팔다가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직면하고 있어 이번 욱일기 제품 판매는 논란을 가중시켰다. 쿠팡 불매운동은 지난 17일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기폭제가 됐다. 지난 1년 간 쿠팡 배송 및 물류센터에서 노동자 9명이 사망하는 등 부정적 이슈가 누적돼 왔는데, 최근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까지 숨지면서 안일한 안전관리 체계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지난 19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쿠팡탈퇴' 해시태그(#)를 단 글이 17만여건 올라왔다.
쿠팡이츠를 향한 자영업자들의 불매운동도 확산 중이다. 지난 21일 새우튀김 환불 요구에 시달린 업주가 뇌출혈로 쓰러진 지 3주 만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황을 중재하려던 쿠팡이츠가 업주를 과도하게 몰아붙인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업주는 쿠팡이츠와 통화 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졌다. 음식점 직원이 "전화받고 쓰러지셔서 깨어나지 않으신다"고 말했지만 쿠팡이츠 측은 "동일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달해달라"는 입장만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앞으로 고객상담을 비롯해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고 고객과 점주 여러분 모두 안심하고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하루가 지나서야 쿠팡의 첫 공식 사과가 나왔는데 사과 주체도 김범석 의장이 아닌 강한승 대표 명의로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 의장이 국내 공식 지위를 모두 내려놓은 사실이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해외사업에 전념키로 했다는 이유지만, 배송기사 사망사고와 화재사고 등 잇딴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방관 순직과 관련해 김범석 전 의장은 직접 김동식 소방관의 빈소를 찾았고, 쿠팡은 유가족을 평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음식점 점주 사망과 관련해서는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조치를 내놨다. 욱일기 논란에 대해서는 즉시 판매 중단 조치에 나섰다. 쿠팡의 사후 대응과 해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점주 사이에서 일던 불매운동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