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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 들어간' 신라면세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호영 기자
2021-07-26 16:49:01

신라면세점,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과 합작 법인 …인력 교류·상품 개발 등 협력

코로나 사태 돌파 위해 고성장세 하이난면세시장 진출…포스트코로나 시대 사업 다변화 포석

[사진=호텔신라 제공]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이 코로나19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판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 하이난성 면세시장에 진출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1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과 양국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은 지난해 하이난관광투자발전공사 자회사로 설립된 시내 면세점이다. 약 2만8738평(9만5000㎡) 규모 면세점에서 약 45개 카테고리, 500여개 브랜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쇼핑은 물론 외식·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아우르는 프리미엄 복합 쇼핑몰이다.

이번 MOU를 통해 신라면세점과 하이요우면세점은 추후 합작사 설립을 통해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 자원 교류, 상품 공동개발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하이난 면세시장 가파른 성장세…면세 한도 10만 위안 상향 조정

그렇다면 국내면세점 '빅2'인 신라면세점이 중국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무엇 때문일까.

코로나19로 글로벌 면세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중국 하이난만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민 면세 수요를 중국 내 소비로 돌리려는 중국 정부 정책에 따른 면세 한도 상향 등 파격 지원으로 면세 수요가 꾸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프랑스 '라가데르', 미국 'DFS', 스위스 '듀프리' 등 글로벌 상위 면세 기업들이 중국 하이난으로 진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하이난 면세 시장은 지난해 7월 1일 새 면세 정책을 도입, 시행했다. 해당 정책을 통해 하이난 방문 여행객 면세 한도를 1인당 3만 위안(약 500만원)에서 약 10만 위안(약 1800만원)으로 3배 가량 상향 조정했다.

이외 방문 관광객이 하이난을 떠나도 6개월(180일) 이내면 온라인 등 면세 쇼핑도 허용했다. 면세 품목도 기존 38개에서 휴대전화·주류 등 45개로 늘렸다. 구매 가능 화장품도 12개에서 30개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하이난 면세점은 고속 성장세다. 지난해 이미 327억 위안(5조7000억원)으로 5조원대를 훌쩍 넘었다. 올해 600억 위안(약 10조원) 내년이면 989억 위안(약 17조6000억원)으로 현재 국내 규모(15조원대)를 넘어서면서 2025년 경이면 약 2967억 위안(52조8000억원)대로 글로벌 면세 시장 1위(24조원대)인 국내 시장 2배가 된다.

반면 국내 면세 시장은 글로벌 1위로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24조원대를 찍었지만 지난해 매출이 38%나 급감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광 산업 재개가 요원한 가운데 정부 규제 완화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국내 면세 한도는 연간 600달러로 중국·일본·미국·태국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 하이난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면세 한도를 급격히 올리면서 해외 나갔던 중국 자국민 쇼핑객을 하이난으로 돌리면서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며 "국내 면세 한도가 600달러(66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봤다.

이어 "면세업은 하늘길이 열려도 항공·관광 등 관련 산업에서 맨 나중에 회복할 산업으로 꼽힌다"며 "신라면세점 하이난 진출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글로벌 코로나 사태 속 대형, 중소형 가릴 것 없이 폐점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하이난 시장 활성화에 대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이제는 신라 진출로 그나마 국내 중소기업 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결국 해당 시장 활성화는 중국 정부 자국민 해외 소비를 국내 소비로 전환 시키려는 것인 만큼 어찌됐든 중국권 한국 관광 수요, 면세 수요가 줄어드는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1위의 한국 면세 시장이지만 높은 따이공(중국 대리 구매상) 의존도로 명품 '루이비통'도 중국 직진출을 통보한 상태다. 한국내 시내 면세 매장을 접고 중국 공항을 중심으로 6개 매장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면세 시장은 내국인 면세 한도 상향 등 정부 국내 면세점 경쟁력 강화책 등도 필요하지만 이미 시장 형편이 그 선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신라면세점 하이난 진출은 면세 사업자들이 기업 존립을 위해 각개전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삼성 제공]


◇신라免, 해외사업 다시 확대…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시장 다변화 차원

신라면세점은 시장 다변화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신라면세점은 1986년부터 약 30여년간 면세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신라면세점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3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한국 기업으로는 첫 해외 매장을 오픈했고 2014년 마카오공항 면세점, 2015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화장품· 향수 전 매장을 그랜드 오픈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17년에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열면서 아시아 3대 공항(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글로벌 트로이카’를 완성했다.

신라면세점이 세계 시장에서 눈에 띄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탁월한 사업 안목과 리더십이 있었다는 평가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5년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동맹을 맺고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만들어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승리를 위해 범현대가와도 손을 잡는 승부사 면모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시내 면세점 입찰 프레젠테이션 당시 현장을 찾아 “잘 되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제 탓”이라며 임직원에게 힘을 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 신라면세점의 중국 하이난 면세시장 진출 역시 이부진 사장의 승부사적 사업 안목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호텔신라가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MOU를 체결한 것과 관련해 "중국 하이난 면세점 시장 성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박종대 하나금투 연구원은 지난 23일 보고서에서 "HTDF는 상품 소싱 역량이 제한적인 만큼, 카테고리 믹스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열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메이저 면세점 업체와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특히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소싱 능력에 있어서 호텔신라는 압도적이다. 호텔신라는 그동안 태국·캄보디아·일본·마카오 등지에서 시내면세점 합작 법인을 세우고 운영해본 전력이 있고, 홍콩과 싱가폴에서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하이난 면세점 사업화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MOU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급성장하는 중국시장, 특히 하이난에 진출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면세점 사업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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