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만년 적자’ 타이틀을 벗고 사상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연간 흑자까지 달성할지 여부로 집중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는 우호적 환경이 케이뱅크의 최초 연간 순이익 흑자 달성에 청신호가 됐으나,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부실 대출 우려 등 잇단 변수는 향후 기업공개(IPO)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2분기 잠정실적 공시에서 39억원 순익을 기록한 것과 관련, 하반기에도 이 같은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꾸준한 외형 성장과 큰 폭으로 증가하는 이자이익이 당분간 전체 순익을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출범 이후 17개 분기 만에 처음 분기 흑자를 냈지만 올해 1분기 123억 순손실을 종합할 때 상반기 전체 누적손실은 84억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케이뱅크 고객 수가 올해 들어 급증하고 아파트담보대출과 함께 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거래소 연계 이익이 불어나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실제 케이뱅크 고객 수는 올해 반기 동안 400만명이 신규 유입되면서 지난달 말 기준 62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역시 모두 반등하며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단행된 1조25000억원 대규모 유상 증자는 케이뱅크 실적의 본격적인 개선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흑자전환 달성 시점이 단축된 가운데 연간 당기순이익은 159억원으로 추정되며 올해 연간 BEP 달성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동종업계 카카오뱅크가 분기 흑자로 전환했을 당시, 그 해 연간 흑자를 달성한 선례도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1분기 65억원 규모 흑자를 처음 기록한 이후 그 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 왔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카카오뱅크의 사례에서 봤듯 케이뱅크 역시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올해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자본증자가 미흡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현재는 주주변동과 적극적 증자로 효과를 보고 있어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케이뱅크가 계획한 2023년 IPO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으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가 재반복돼 부실차주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 비중을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오는 9월 만기연장 조치가 재차 실행된다면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중저신용 한계 차주들이 내년부터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더욱이 내년 대선 정국까지 맞물린 시점에서 표심에 쫓긴 정부와 여당은 만기연장 조치를 중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은행지주 보다 인터넷은행들이 내년 이후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본부장은 “작년 9월에 이어 올해 3월, 또 다시 올해 9월 코로나대출 만기 연장이 이뤄진다면 부실 대출과 한계 차주 문제가 본격 부상할 것”이라며 “은행들은 건전성이 악화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케이뱅크처럼 중금리대출을 신경 써야 하는 인터넷은행의 대손비용이 내년부터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