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일본 전자 업체인 미쓰비시가 지난 6월 말부터 에어컨 생산량을 줄였다. 후지쯔 제너럴도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보급형 인기 모델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가전용 반도체가 부족해져서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주요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 화재사고로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가전 제품과 자동차 등에 탑재하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를 주력 생산하는 르네사스는 전 세계 MCU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하는 글로벌 업체다.
최근 생산을 정상화했지만 차량용 MCU 공급에 우선 집중하다 보니 가전용 MCU 공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반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서 수급하고 있는 중국이 가전용 반도체 대란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필립스의 중국 사업부만 해도 물량 배송 기간이 180~360일로, 평상시보다 6배 늘었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일본의 또 다른 가전제품 업체인 다이킨은 급한 대로 대체 반도체 물량을 확보, 에어컨 생산을 시작했지만 여름 성수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요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도 가전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해 애플 아이패드와 맥북, 삼성 TV와 가전 제품 등이 생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발 MCU 부족 현상이 아시아 국가로 번지는 가운데, 삼성·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체들은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여름 성수기에 앞서 다양한 공급처를 통해 수요에 미리 대비해서다. 반도체 사업부에서 가전 MCU를 생산, 자체 조달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필요한 반도체 물량을) 미리 확보해둔 상태여서 생산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가정용 무풍 에어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삼성 에어컨 매출 가운데 40% 이상이 북미와 유럽에서 나왔다. 중남미 지역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24%에 달했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에어컨 판매량도 전년 대비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