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SK(AA+/안정적)와 롯데건설(A+/안정적)이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이들을 필두로 포스코(AA+), CJ제일제당(AA), LG디스플레이(A+), 동원엔터프라이즈(A+), SK렌터카(A), 쌍용C&E(A) 등 기업들이 이달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앞서 이달 1~2일 사이에도 한온시스템(AA), 롯데렌탈(AA-), E1(A+), DL건설(A) 등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는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오는 11월과 내년 한 차례 등 앞으로 두 번 정도 추가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을 앞두고 기업들도 내년까지 자금계획 있던 것들을 올해 안에 발행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비단 최근의 흐름만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 회사채 발행규모는 총 11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금융채·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제외한 일반 회사채만 떼어놓고 봐도 30조7820억원 규모에 달했다. 특히 A등급 이하 채권 발행 비중이 1년 사이 19.6%에서 27.8%로 늘어났다. 유동성 장세 속에서 신용등급 비우량물 발행여건이 개선되면서다.
이달 회사채 발행을 앞둔 기업들 중에서 A등급(LG디스플레이·동원엔터프라이즈·SK렌터카·쌍용C&E) 기업이 많은 것도 '유동성 막차'를 타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7월 AJ네트웍스(BBB+), 두산인프라코어(BBB+), 대신에프앤아이(A) 등이 잇따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되면서 기관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회사채 공급량이 쏟아지면서 상반기만큼의 유리한 발행조건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여전히 A등급 이상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어 미매각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광열 연구원은 "은행이나 캐피탈 등 금융권에서 정부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채권을 늘리지 못하면서 이를 대신해 채권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요예측 경쟁률이 올해 평균 2~3배로 흥행을 이어갔고, 올해 초엔 5배에 달하곤 했다"며 "이러한 역대급 유동성 장세에 비해서는 경쟁률이 낮아질 수는 있다"고 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도 "상반기는 투기등급인 BBB급도 무난하게 회사채 발행에서 흥행을 거두는 등 워낙 좋은 흐름이 나타났지만 최근 그에 비해 기관들이 선별해서 투자하는 경향성이 나타나는 것 같다"면서 "미국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시사했지만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등의 시그널이 영향을 주면서 회사채 시장 자체는 유동성을 이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