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는 모든 것을 앞당겼다. 사람이 북적이는 장소를 피해야 하는 만큼 비대면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모든 기업이 벤처 조직같은 기민한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 백화점 '빅3'중 '가장 크고 대중적인' 롯데백화점, 코로나 타격도 가장 컸다
백화점업계 맏형격 롯데백화점 직원들 퇴직도 앞당겼다. 창사 42년만에 처음 시행하는 '희망 퇴직'은 롯데백화점이 코로나 사태 2년째에 꺼내든 답이다.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은 전국 점포수만 33개로 대략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2개사 점포 수 모두를 합친 덩치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점포 3분의 2 가량이 몰려 있다.
백화점 시장 90%를 점유하는 빅 3 중 가장 크고 가장 대중적인 롯데백화점은 코로나 사태 타격도 제일 컸다.
본점만 보더라도 상권 명동은 국내외 관광 쇼핑객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다. 중국 유커 관광 대기 차량이 줄을 서고 연말, 정기 세일 때마다 북새통으로 인파 스트레스가 더 컸던 백화점이었지만 옛말이 됐다.
코로나19 발발 전에도 롯데백화점 매출과 영업익은 해마다 하락세였다. 2010년대 초반 약 7~8조원하던 매출은 2018~2019년 3조원대로 반토막 났다. 롯데쇼핑 매출은 2010년대 초반 22조원대에서 최근 몇 년새 16~17조원대로 떨어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게 보편화한 데다 지속된 장기 불황, 2017년부터 시작된 사드 배치 논란으로 롯데를 겨냥한 중국 보복 조치, 일본 불매 운동 등 여러 이유가 누적된 결과였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50~60대 엄지족마저 늘려놨다.
'희망 퇴직'이라는 움직임엔 비대면 온라인·모바일 쇼핑 환경이 대세가 되면서 조직 인력도 여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 하루 빨리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위기감 등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희망 퇴직 대상자들은 뼛속까지 밴 오프라인 사고 방식과 결정으로 유통 기업 롯데백화점을 업계 일등으로 키워온 이들이다.
여러 이점으로 몸집을 키웠고 '유통 공룡'으로 불리며 수많은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던 그룹 중추 롯데백화점은 이렇게 체질 개선 작업을 가시화했다. '둔하고 느리던' 오프라인 유통 공룡의 목표는 이제 단 하나, 생존이다.
◇ "올 것이 왔다" 롯데百 키운 20년 근속자 떠나보내고...'온라인·모바일' 마인드 Z세대 조직으로 변화 '몸부림'
내달 8일 희망 퇴직 신청 기한까지 2주 가량 남은 상황에서 몇 명이 신청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임금피크제를 앞둔 직원들도 있어 대상이 된 직원들 사이에서는 퇴직 조건을 두고 "유통 기업으로선 많이 배려해줬다"며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신청 대상자는 장기 근속 20년 이상 직원이다. 대상 직원 수만 롯데백화점 약 4700여명 절반에 가까운 2000명 가량이다. 롯데백화점 전체 4700명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직원(1866명) 기준으로 2222만원 정도다.
희망 퇴직 신청자는 임금 24개월 치에 위로금 3000만원, 자녀 학자금 최대 3200만원을 지급 받는다. 또 11월 한 달 유급 휴가와 4개월 간 재취업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신규 채용도 병행하면서 젊은 조직으로 새롭게 리빌딩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상반기 100여명의 채용 연계형 인턴 선발에 이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 신규 채용이 예상되고 있다.
올 상반기 이베이코리아 이커머스 인수전 당시에도 업계 우려는 롯데쇼핑 오프라인 유통 조직 문화에 집중됐다. 아무리 큰 사안도 의사 결정부터 실행까지 6개월에서 최대 1년이면 충분한 이커머스 조직과는 판이하다는 것이었다.
이베이코리아 이커머스 조직 문화를 살려서 시너지를 내기 보단 오프라인 롯데쇼핑 문화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며 업계 지적은 롯데쇼핑 조직의 한계에 쏠렸다.
백화점업계는 글로벌 차원에서 고전 중이다. 지난해 미국 대표 고급 백화점 니먼 마커스도 파산 신청하고 메이시스도 만성 부진에 작은 회사로 살아남는 길을 택했다. 그래도 거기까진 '남 일'이었다. 직매입 기반 미국 백화점과 국내 백화점업계 운영 형태가 다른 점도 그렇게 치부할 수 있는 이유였다. 아직 국내 시장 롯데백화점 '희망 퇴직' 여파 긍·부정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조직 변화'에 대한 신호만큼은 분명하다.
소비자들이 값싼 오프 프라이스로 몰리며 암울한 미국 업계와 달리 코로나19 양극화 소비 추세 속 국내 소비자들은 MZ세대까지 명품 사랑이 지속되면서 국내 업계는 전망도 다르다. 규모 축소보다는 반대급부로 내놓을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업계는 점포수를 줄이고 좀 더 고급화하는 전략에 초점을 두면서 상징성 있는 주요 점포들은 끝까지 살아남으리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백신 접종 기대감 등으로 소비 심리 회복과 보복 소비 등 영향으로 실적은 코로나 사태 전 수준을 거의 복구하던 와중에 4차 대유행이 터지며 다시 주춤한 상태다. 앞으로 롯데백화점의 조직 세대 교체가 어떤 형태로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