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도 '미운털' 함영주…줄줄이 재판 순연에 하나금융 회장 등극 '순풍'

 국회 정무위원회조차 반대표를 던진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내정자(현 그룹 부회장)가 '내정자' 타이틀을 벗고 공식 서열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직원 채용 등을 둘러싼 재판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회장 선임안건 의결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이 따른다. 

함 부회장은 23일 현재 단독 회장 후보로 추대된 상태다. 이달 중 예고된 재판 결과가 최종 회장 선임 여부를 가릴 결정적 요소로 꼽혔으나, 담당 재판장이 바뀌는 등 법원 인사가 맞물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는 양상이다.

취재 결과 함 내정자가 직원 채용 관련 '업무방해 등' 죄명으로 진행 중인 사건의 첫 선고기일은 당초 이달 25일이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부장판사 박보미)이 맡는 이 사건은 다음 달 11일로 최근 선고기일이 변경됐다.

함 내정자가 DLF 사태에 연루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것에 불복한 '업무정지등처분취소' 소송의 판결 역시 지난달 17일 변론 종결 이후 이달 16일이 판결선고기일로 잡혀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김순열)가 심리한 이번 사건은 변론 재개로 전환됐고 이달 28일이 변론기일이다.

두 사건 모두 첫 선고기일이 2월 내 예고된 터라 함 내정자와 하나금융은 물론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3월 중에도 판결선고가 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해당 선고기일이 잇달아 연기된 것은 최근 단행한 법원 인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DLF 사태에 관한 서울행정법원 재판의 경우 담당 재판장인 김순열 부장판사가 이틀 전인 21일 자로 부임했고, 배석판사 중 한 명인 김도형 판사도 제5부에 신규 발령을 받았다. 재판장을 포함 3명의 판사가 사건을 심리하는 상황에서 2명이 인사 이동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재심리가 열려야 한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 재판장도 바뀌고 2명의 배석판사 중 좌배석 판사도 바뀌었다"며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2명이 바뀌었기 때문에 재심리를 해야 하고 변론기일도 다시 통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통상 3월 말 열리는 하나금융 주총 이전에 함 내정자에 관한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원고와 피고 측 변론 재개와 신임 재판부 판단 등에 소요될 시간을 고려한다면 판결 시점은 3월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국화 정무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함 내정자 추천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기형·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은 앞서 성명서를 내고 함 부회장의 회장 단독후보 추천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오 의원 등은 "(함 내정자가 당시) 은행장으로 여러 사건에 휘말려 구설에 오르고 채용비리 혐의에 관한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을 판결이 나기도 전에 은행을 포함한 계열 금융기관 전체를 총괄하는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후보로 추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하나금융은 이사회는 함 부회장의 단독 회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사외이사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