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1930년 창업한 CJ대한통운은 100여년의 업력에 걸맞게 국내 물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택배 회사로 인지도가 높지만 계약물류(Contract Logistics), 항만, 건설, 풀필먼트 등 물류 관련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한 세기동안 국내외 물류를 책임져온 CJ대한통운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을 타고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새로운 다음 세기를 준비하고 있다.
◆커피잔부터 물류 받침대까지...협력사와 손잡고 친환경 행보 '가속'
국내 기업들이 ESG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이 주목하는 부문은 'E'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어젠다로 주목 받고 있는 데다 이른바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살피는 활동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CJ대한통운도 예외는 아니다. 택배용 박스나 제품 포장지 등을 제일 먼저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
최근엔 협력사와 손잡고 탄소 저감 목적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움직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나온 폐플라스틱컵과 락앤락의 자투리 플라스틱을 활용해 패딩 머플러와 다회용 박스 등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해 선보이기도 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하는 데 있어 스타벅스, LG화학, 락앤락 등 다채로운 협력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활용하는 물품도 커피잔부터 화장품 용기, 팰릿(pallet)까지 다양하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LG화학, 화장품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손잡고 플라스틱 생산·수거·재활용 순환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 쓴 화장품 용기를 회수해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자원 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물류·배송이라는 특기를 활용해 플라스틱 소재 생산자(LG화학)와 화장품 공급자(이너보틀)를 연결해 재활용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재생 파렛트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렛트는 물류 이송용 받침대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물품을 출고하거나 실어나를 때 주로 사용한다. 창고 업무에서는 필수적인 제품으로, 용도 특성상 플라스틱이 많이 활용된다. 지난해 5월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으로 제작한 탄소 제로 파렛트 300개를 자사 물류센터에 도입했던 CJ대한통운은 현장 호응이 높아짐에 따라 도입 1년 만에 친환경 파렛트를 추가 제작했다.
탄소제로 파렛트는 락앤락의 자투리 플라스틱을 재료로 만들었다. 제품 공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플라스틱 12톤을 CJ대한통운에 무상 제공하고, CJ대한통운이 이를 파렛트 제작 업체 상진ARP에 공급하면서 400개의 친환경 재생 파렛트로 재탄생했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임에도 이 제품은 최대 1톤까지 적재 가능한 일반 파렛트와 비교해 강도와 성능이 동일했다. 또한, 생산 비용은 신재 플라스틱 파렛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양질의 폐플라스틱만 안정적으로 수급 된다면 현장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제로 파렛트 2차 출고분 400개는 CJ대한통운 인도네시아 소재 물류센터에 도입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통상 가격이 높은 플라스틱 소재 대신 저렴한 목재 팰릿을 사용한다. 하지만 목재 팰릿은 고온다습한 열대지방 기후에서 사용할 경우 부패 및 해충 문제로 인해 한번 사용하면 폐기되는 경우가 많아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류 현장 효율을 높이는 한편 해외 수출 활로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회사 측은 "탄소제로 팰릿 1개당 저감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은 67.3kg으로, 400개 팰릿을 폐플라스틱으로 제작할 경우 약 2만 6880kg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라며 "이는 소나무 8960그루가 1년 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공급망도 강화할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이 지난 4월 스타벅스와 협력해 매장 배송 차량에 친환경 전기 배송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도입한 전기차는 1톤급 2대로, 물류센터와 스타벅스 서울 매장을 왕복하며 상온, 저온 제품을 통합해 배송한다.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탄소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감축시킬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온도조절 기능을 갖춘 콜드체인 전기차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스타벅스가 종합물류기업과 협력해 전용 전기배송차를 도입한 것도 전세계 스타벅스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CJ대한통운은 친환경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2030 무공해차 전환100’을 통해 회사가 직접 보유하거나 외부 임차하고 있는 모든 차량을 전기‧수소화물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물류 현장에 친환경 차량 도입을 확대해 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앞으로 스타벅스와 협력해 전기배송차 도입을 확대하며 친환경 공급망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주주 가치 극대화할 것"...다양성 정책 등 향후 ESG 방안 주목
CJ대한통운은 그간 'S' 부문에 해당하는 사회 공헌 활동에 신경써왔다. 노란 발자국 운동이 대표적이다. 노란 발자국은 어린이들이 횡단보도 신호 대기 시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차도와 1m가량 떨어진 인도 양방향에 부착하는 발자국 스티커다.
선명한 노란색으로 눈에 잘 띄는 데다 발자국 모양을 활용하는 만큼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차도와의 안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올바른 교통 안전 습관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다 보행자 정지선을 알리는 ‘노란 정지선’과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는 표지판을 함께 설치해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 군포 지역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 30개소에서 시작한 노란 발자국 운동은 전국 353곳에서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 등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실버 택배 사업이나 사랑의 김장 김치 나누기 행사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다만 'G' 영역은 향후 발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CJ대한통운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외이사 4인 중 1명은 여성 이사로 구성했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여미숙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CJ대한통운의 법률 및 컴플라이언스 부문 감사에 나선다.
여성 관리자 비율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8.2%(128명)였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9년 10%(194명), 2020년 10.5%(197명)로 점차 느는 추세다. 다만 업종 특성상 전체적으로 남성 임직원 비율이 높은 만큼 여성 임원 선임 등 추가적인 비율 조정이 가능할지 여부는 숙제로 남아 있다. 사회적 합의 이행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주주환원 정책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일찌감치 주주가치 제고 등 ESG 중심 경영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고 첨단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 풀필먼트 센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앞서 CJ대한통운은 로봇, AI를 기반으로 물류 전과정을 처리하는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군포 풀필먼트 센터에 구현돼 있는 이 센터는 고정노선 운송로봇(AGV), 자율주행 운송로봇(AMR) 등 128대의 물류 로봇을 투입해 상품, 박스 운송 작업을 모두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AGV 운영을 통해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의 출고 처리 능력은 일반 작업층 대비 33%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CJ대한통운이 앞으로 물류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과 시스템을 지속 개발‧도입해 물류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