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위원회 설치...'2025 비전' 목표 구체화
삼성중공업은 ESG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환경·안전·준법 경영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 조선소 구축을 목표로 ESG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중공업이 꾸린 ESG 위원회는 사외이사 2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ESG 전략과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이행을 관리 감독하는 최고의사 결정기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ESG위원회는 △친환경·고효율 제품개발 선도 △탄소중립 조선소 운영 △안전·인권 경영 △상생 경영 △준법 경영 △대외협력 강화 등을 6대 실천 전략으로 정하고 ESG경영 체계 확립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세부 추진 과제를 수행하는 ESG자문위원회와 ESG전담조직도 별도 운영한다.
이와 별도로 기후위기 대응 관련 기구도 마련했다. 최고경영자(CEO)에게 기후변화 위험과 기회 요인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을 부여해 특별 관리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조직인 탄소중립위원회(가칭)를 설립하는 것이 대표적인 계획이다. 위원회는 조선소장(CPO), 경영지원실장(CFO), 기술개발본부장(CTO)을 위원으로 구성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대응, 온실가스 감축사업 추진 현황 등을 상시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2025 비전'도 ESG 경영 목표의 일환이다. 2025년까지 에너지 절감 활동을 추진하고 2040년까지 설비 및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뒤 2050년에는 탄소 제로 신기술을 적용해 탄소중립 달성을 이행한다는 것이다.
산업군 특성상 삼성중공업은 전기 및 시운전 과정에서 다량의 연료를 사용하면서 전체 탄소량의 75%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2025년까지는 202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년부터 꾸준히 노후 설비 교체와 설비 개선 등을 통해 전기 사용량을 절감하고 공정 개선, 효율적 운영, 연료 대체 등을 통해 화석 연료를 절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25년 비전에 맞춰 해당 연도까지 친환경 수주 비중 70%, 매출 10조 원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환경 이슈와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삼성중공업 측은 "ESG 정책 중에 탄소중립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라며 "사내 배출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로 추진 중이며 사외배출은 고객사에 선박 온실가스 저감 솔루션을 제공하여 탄소중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십 등 미래형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 집중
삼성중공업은 2018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기술개발본부를 신설하여 기술개발 총괄 조직을 개편했다. 2020년 조선해양연구소를 기술개발본부 직속으로 이동하여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 플랜트 관련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형 자율 원격 항해 보조 시스템이나 사물인터넷(IoT) 기반 고장 진단 솔루션(CBM)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한 IoT 기반 CBM은 선박 내 주요 회전체의 고장 진단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유지 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엔 해상 원자력 발전 설비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 제품군 확대를 통한 미래 신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서다. 지난 4월에는 덴마크의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시보그(Seaborg)와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CMSR은 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면서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일반 대형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아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원자로 내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액체용융염(핵연료와 냉각재)이 굳도록 설계돼 높은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소형원자로(SMR)는 초기 투자비가 낮고 수소·암모니아 등 그린에너지 생산과 연계하여 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성도 인정받아 주목받는 에너지원이다. 원자로 및 냉각재의 종류에 따라 경수로형(PWR), 소듐냉각형(SFR), 고온가스형(HTGR), 용융염냉각형(MSR) 등으로 구분되는데 삼성중공업은 초소형화를 통해 선박, 해상부유체 탑재가 가능한 용융염냉각형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제작 기술과 보유 역량을 기반으로 시보그 사와 함께 올해 안에 최대 800MW(메가와트)급 부유식 원자로 발전설비 모델을 개발해 선급 인증과 영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후 부유식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설비 개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삼성중공업은 수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부터 원자력까지 탄소중립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 있다"라며 "혁신적인 제품 선점으로 미래 사업 기회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기술 덕에 원자잿값 압박 속에도 실적 전망 '긍정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 세계 물류·유통에 직격탄을 날린 가운데 조선업계도 원자잿값 상승 등의 타격을 그대로 떠안았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도 치솟은 것이다. 통상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조선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글로벌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어 삼성중공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해상 LNG 물동량은 3억 8105만톤이었던 지난해 대비 4.5% 증가한 3억 9832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다수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된 데다 탄소 중립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총 5913억원(척당 2억3070만 달러)에 수주했다. 전날 8600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3척 수주에 이어 2척을 추가로 따내며 이틀간 1조4500억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 수주한 19척 중 LNG운반선은 10척, 컨테이너선은 9척이다. 벌써 수주 목표 88억 달러의 38%를 달성했다.
잇따른 LNG 운반선 수주가 올해 경영 실적에 반영되기는 어렵겠지만 해양 플랜트 건설 등 친환경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내년 이후 장기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최근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액화천연가스(LNG) 재액화시스템의 실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저압 이중가스엔진(X-DF)용 LNG 재액화시스템인 '엑스-렐리(X-Reli)'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되는 LNG 증발 가스를 다시 액화시켜 화물량을 손실없이 보존할 수 있다.
별도 냉매 충진 없이 자체 증발 가스를 냉매로 사용하는 저압(50기압 미만) 냉각공정 특허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 된 운전 관리 편의성과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LNG운반선에 탑재되는 동일한 재액화시스템으로 성능 검증에 성공, 제품 신뢰도를 높인 만큼 최근 LNG 가격의 급등으로 LNG화물량 보존 기술에 관심이 커진 선사들의 '엑스-렐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동연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장은 "엑스-렐리는 LNG 선사의 경제성 확보 뿐만 아니라 LNG 증발 가스의 소각 및 대기 배출을 없앨 수 있는 친환경 솔루션"이라며, "열교환기, 밸브 등 핵심부품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조선기자재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