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0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경계현 사장(삼성전자 DS부문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장단 회의에는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을 비롯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삼성 사장단은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을 살피고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을 점검한 뒤 전략 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한 부회장·경 사장은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라며 "우수 인재 확보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 생태계 육성에 힘을 쏟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지속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이번 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이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회의 소집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8일 귀국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ASML과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효자 상품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가운데 삼성은 '반도체 2030' 비전을 야심차게 공개했지만 그 마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요인과 별개로 새로운 기술 개발 등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기술을 강조한 지 이틀 만에 사장단 회의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키워드가 언급되면서 조만간 기술 중심의 경영 방향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측은 지난해 12월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 이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뉴 삼성' 전략을 내놨었다.
특히 이날 회의가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열릴 예정인 삼성전자 DX부문의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의 개최를 하루 앞두고 열렸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사들이 각 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점검한 뒤 조만간 구체적인 플랜을 공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