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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쌍용차 인수 시도에 몰락한 에디슨모터스..."허풍에 무너졌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심민현 기자
2022-09-08 00:00:00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 실패, 주가조작 연루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지난해 가을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세상에 깜짝 등장했을 때만 해도 에디슨모터스의 몰락을 예상했던 업계 관계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보다 매출 규모로 따졌을 때 30배나 높아 일부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들은 결국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강 회장은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이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 시종일관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제2의 테슬라'가 되겠다는 등 장밋빛 전망을 남발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강 회장은 올해 초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쌍용차 최종 인수는 물론 인수 이후 운영자금까지 충분하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는 당시 "쌍용차 인수자금은 이미 확보됐고 계약서 작성에 앞서 관계사들과 세부적인 문안 조정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에디슨모터스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이 작지 않아 앞으로 추가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 강 대표의 자신감은 '허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디슨모터스는 결국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쌍용차 매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수대금(3049억원) 중 잔금(2743억2000만원) 납입 기한이었던 지난 3월 25일까지 돈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 즉시 해제'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유치 등도 모두 사실과 달랐다. '테슬라' '30종의 전기차 출시' 등 발언도 허풍에 가까웠다.

올해 초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매각 무산 직전 한 국내 완성차 업체 직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강 회장 말이 현실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는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더한 것보다 많은 숫자"라며 "이는 허풍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실패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쌍용차 인수 본계약 해제로 법적 대응까지 실행에 옮겼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하겠다며 인수했던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 현 스마트솔루션즈)는 주요 경영 상황과 유상증자 결정, 전환사채 발행 결정 등 8차례 공시를 변경하고, 파산 신청을 제기했다가 철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로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디슨EV 대주주 '먹튀' 논란까지 사실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주가 조작을 통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에디슨EV 대주주였던 6개 투자조합이 쌍용차 인수를 미끼로 주가를 부양해 불법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하고 지난 7월 22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패스트 트랙(신속 수사 전환) 사건으로 이첩했다. 현재 검찰이 압수수색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6개로 나눠서 주식을 매입한 투자조합을 사실상 한 세력으로 보고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지분 5% 이상 보유)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에디슨EV가 주식 매입 자금 조달 경로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를 저지른 것으로 봤다. 내 돈을 회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주가 부양을 했다는 의혹이다.

반면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결별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곧장 재매각 절차에 돌입해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것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공정 자산(5조3460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KG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71위로 에디슨모터스와 비교가 안 될 만큼 건실한 기업이다. KG그룹은 실제로 인수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쌍용차를 품는 데 성공했다. 

쌍용차는 지난 7월 출시한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인기에 힘입어 두 달 연속 1만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토레스는 출시 2개월 만에 계약 대수 6만대를 넘어서며 SUV의 신흥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시도는 실현 불가능한 판타지에 불과했다"며 "에디슨모터스는 몰락했지만 결론적으로 쌍용차가 KG그룹에 인수돼 부활의 전기를 마련했으니 대한민국 자동차 업계 전체로 봤을 땐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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