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최근 정례 브리핑을 통해 "(IRA와 관련해) 각국과의 개별 접촉 과정에서 유사 입장국 간 공조 필요성이 자연스레 제기됐다”라며 "앞으로도 유관국들과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 검토해 전기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여러 공동 관심사가 다 포함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양국 간 국토·교통·인프라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IRA의) 취지와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양국의 협력 관계를 고려해 한국 기업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한다"고 말하는 등 유관 부처에서 다방면으로 접촉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통과한 IRA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미국 국민 생활 안정화'라는 명분 아래 세액 공제·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계 소득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공급난과 가격 급등에 대비해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도모한다는 목표도 담겼다. 북미 지역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적용하는 것도 그 이유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자동차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주요 부품인 배터리 업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법안 서명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나서는 등 재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학계 전문가는 "비상 상황 외에는 흔치 않은 '미국 대통령 서명 즉시 발효' 조건을 걸어서 유예 기간도 주지 않았다"라며 "원자재 가격도 높고 중국 의존도를 당장 벗어난다는 게 거의 쉽지 않은 상황인데 (정부가) BBB법안 상정 당시부터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게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BBB법안,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은 IRA의 전신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온 것으로, 3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필요로 한 탓에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IRA의 재원 규모가 약 1000조원 수준으로 축소된 배경이다.
산업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IRA가 11월 예정돼 있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이나 보수표를 집결하기 위해 나온 '보여주기식' 정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이미 상당한 국산화를 이뤄내고 있는 만큼 중국 의존도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뜻을 알 수 있겠지만 우방국의 산업을 위축시키는 전략을 그대로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IRA의 세부 항목 중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는 만큼 불안해하지 말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