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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K-배터리, 美 IRA·中 주도권 넘으려면 '초격차 기술' 필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문은주 기자
2022-09-29 00:00:00

"美 인플레감축법 단기적 호재… 원자재 확보 다변화 못하면 불리"

"글로벌 시장 주도하는 中,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도 공격적 행보"

"韓, 차세대 시장 이끌 기술만이 어떤 정치이슈에도 흔들리지 않아"

 

김필수 대림대 교수 [사진=김필수 교수]


[이코노믹데일리]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관련 한·중·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장을 선도할 만한 기술 개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중국이 주전공인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를 넘어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리튬이온 계열 NCA 배터리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 초격차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관측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상반기 배터리 3사 실적이 좋지 않았다.
"맞다. CATL이 중국 시장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점유율을 많이 뺏겼다. 그렇다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 5년, 10년 이내에 전기자동차 공급이 기하급수로 증가하면 여기에 필요한 배터리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CATL 주전공은 LFP 배터리 아니었나.
"LFP 배터리를 핵심 기술로 확보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그것으로는 안 된다. 리튬이온, NCM 배터리도 CATL이 많이 개발하고 있다. CATL이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한 만큼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한·중·일 싸움인데 결국은 한·중 싸움이 더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꿈의 전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개발 현황은 어떤가.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아직 멀었다. 중요한 것은 대량으로 경제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비싸면 그림의 떡 아닌가.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는 건 사실이지만 대량 생산, 가격 경쟁력을 통해 경제적인 부분을 충족하는 조건을 갖추려면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다. 지금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하이니켈을 거쳐 전고체 쪽으로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이 까다롭고 쉽지 않다."

-하반기 실적은 어떻게 보나.
"하반기에는 아마 좀 나아질 것으로 보고는 있다. 다만 CATL의 공격적인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500만대로, 전 세계 시장에서 절반에 육박한다. 규모의 경제를 엄청나게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해 기술적으로 노하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쉽지는 않은데 후반기에도 굉장히 고민이 많은 시기가 될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업계의 우려가 크다.
"최근 몇 달 사이 산업계에 변수가 많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IRA만 해도 미국 주도로 움직이다 보니까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도 장단점이 있다. 중국산 배터리나 부품 등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지금 중국 CATL과 합작을 준비했던 회사들이 다 돌아서서 한국 쪽으로 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산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배터리 업계로서는 IRA가 당장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3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누적 대수가 29만8천633대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12만5천대 판매되며 매월 평균 1만대 이상씩 팔린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는 30만대를 넘어섰다는 게 자동차 업계 예측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시민들. 2022.7.31 dwise@yna.co.kr [사진=연합뉴스]


-단기적으로는 이득일 수 있다는 얘기인가.
"사실상 일본 경쟁력이 한정적인 상태에서 한·중 간 싸움인데, 중국산 제품을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니 단기적으로는 이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한국 업계가 원자재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탈피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원자재를 캘 수 있는 웬만한 광산을 확보하고 있다. 전구체 같은 필수 원자재는 거의 95%를 중국에서 중간 과정으로 만들어오는 만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캐나다 등 서방 쪽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는 수익 다변화를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되레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배터리 3사가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데.
"그렇게 가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이 배터리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하나의 흐름이 돼 버렸다. 그런 면에서 국내 업체들은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구개발(R&D) 쪽은 계속 투자해서 차별화한 기술을 만드는 것은 필연적이다.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면 어떤 정치적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좀 더 선도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NCMA라든지, 전고체 배터리 쪽으로 가면서 좀 더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배터리 업계가 특히 투자해야 할 부분은.
"일단 자유무역협정(FTA) 기조가 흔들리는 부분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많다. 미국 IRA 등으로 강조되는 자국 우선주의가 유럽에도 번지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도 번지게 되면 해당 지역에서 배터리 등을 생산하라는 논리가 퍼지기 때문에 국내에는 산업 공동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노사 붕괴 등 연쇄 효과로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처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 업계가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려면 결국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본다. 인재 양성, 수입 다변화 등 여러 분야가 하나하나 이뤄내도 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 수요 늘고 美의 中견제 호재...배터리 3사, 3분기 실적 반등 기대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3분기 실적이 호조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고환율·고금리 영향에 지난 2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219억5000만 달러(약 31조3226억원)에서 2028년 1549억 달러로 약 7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중국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소비 촉진 이니셔티브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 허브로 부상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향후 몇 년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5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1위를 수성했다. minfo@yna.co.kr [그래픽=연합뉴스]


실제로 국내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상위권에 속해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7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29.5%로 1위를 차지했다. SK온은 전년 동기 대비 4.8%포인트 높은 14.7%로 4위를 차지했고 삼성SDI는 11.4%를 기록하면서 그 뒤를 이었다.

배터리 3사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국내외 배터리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SK온만 해도 포드와 손잡고 공식 설립한 합작 법인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소재-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탄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2분기와 달리 3분기에는 배터리 3사가 나란히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분기에는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SDI만 최초로 영업이익 4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호실적을 냈다. 

여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반짝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IRA가 11월 예정돼 있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이나 보수표를 집결하기 위해 나온 '보여주기식' 정책일 수 있는 데다 배터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이미 상당한 국산화를 이뤄내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소재 국산화 비율은 구매액 기준으로 51%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 정부 측) 뜻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우방국 산업을 위축시키는 현 전략을 그대로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IRA 세부 항목 중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는 만큼 불안해하지 말고 일단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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