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공장에서는 불과 일주일 전 작업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고예방 등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평택경찰서 조사 결과 A(23) 씨는 전날 사고 당시 높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각형의 통 형태인 이 기계는 A씨의 전신이 빠질 정도로 깊지 않은데, A씨는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현장에는 A씨를 포함한 다른 직원 1명이 더 있었으나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도 없었던 탓에 경찰은 현장 상황과 A씨 동료, 업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기계에 끼이게 된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경찰은 업체 측의 안전수칙 위반 여부 등도 함께 살피고 있다.
해당 공장에서는 일주일 전에도 작업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인일보가 앞서 15일 보도했다. 비정규직 파견직인 B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께 SPL공장에서 생산라인 기계를 다루다 손 절반이 20분 가량 벨트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이후 현장에 도착한 관리자는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B씨와 현장작업자들을 집합시켜 30분 가량 "(작업을)지시한 사람이 누구냐"며 책임을 물었다고 한다.
얼음찜질 등 응급조치를 받던 B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SPL에선 파견 근로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지정 병원으로 알아서 가라고 안내 받았다고 전해졌다.
사고가 일어난 SPC 계열 SPL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중지를 명령한 뒤 사업장 측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해당 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숨진 A씨는 SPL그룹에 입사한 지 2년 6개월 된 정규직 사원으로 어머니, 고등학생 남동생과 지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SPC그룹은 이날 관련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허영인 SPC 회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SPC그룹은 "저희 회사의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