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김교현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케미칼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주주 환원 정책의 연장이라는 설명이지만 강원 춘천 레고랜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위기에 석유화학 업황 악화까지 겹치며 주가 하락이 이어진 데 따른 처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김 부회장과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 이영준 첨단소재사업 대표 등 경영진 16명은 자사주 총 2760주를 취득했다. 취득 평균 단가는 16만1000원, 총 금액은 4억4000만원 규모다.
구체적으로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인 김 부회장이 640주(1억168만7000원)를 매입했고 황 대표가 320주(5120만원)를 사들였다. 이 대표 역시 320주(5232만원)를 취득했다.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한 배경은 최근 악재가 잇따르며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수요 침체 등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14만10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공식 발표된 직후인 지난 12일에는 16만25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상승 흐름을 타는 듯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2조7000억원에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을 키우기 위한 '빅딜'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강원도가 레고랜드 건설비 2050억원에 대한 지급 보증을 거부하며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선 채권이 부도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는 곧장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부실 우려를 불렀다.
불똥은 롯데건설에 튀고 말았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으로 번졌다. 이 사업의 시공사 중 하나가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자금 경색에 대비해 지난 18일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20일에는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원 넘는 돈이 드는 상황에서 롯데건설 유상증자와 금전 대여에 6000억여 원을 추가로 쓰게 됐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14만6500원이다.
롯데케미칼 재무 상태는 양호한 편이지만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2일 차입 부담 증가를 이유로 장기 신용등급 하향 검토 등급 감시 대상에 올렸다. 한국신용평가 또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높다며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도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4~6월) 21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음달 8일 3분기(7~9월)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영업적자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CEO IR 데이를 통해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8월과 10월 약 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했다"며 "앞으로도 3년 단위로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해 주주와 시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