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음향기기 분야에 명성이 높은 소니가 무선이어폰 분야에 진출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2018년 스마트폰 브랜드인 '엑스페리아'에서 이어 듀오를 내놨는데, 당시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완전 오픈형'을 표방하는 제품이었다.
이번에 소니코리아 측이 제공해 약 10일간 써본 '링크버즈(LinkBuds)'도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이었다. 대부분 경쟁사들이 노이즈캔슬링 성능을 개선해 더 나은 차음성에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일상생활 중 항상 편안하게 착용하며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오픈형 이어폰은 폼팩터(모양)상 고무캡으로 귀를 밀폐하는 형태의 커널형 이어폰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소음 차단 능력은 다소 부족하고 차음이 되지 않아 음악에 집중하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형 스피커를 귀에 걸치는 느낌으로 귀에 피로감이 덜한 장점이 있어 매니아층도 두텁다.
링크버즈는 조랭이떡과 비슷한 생김새로 지난 2월 출시 당시 이목을 끌었다. 이같은 외관은 소니가 자체개발한 12mm 도넛 모양의 오픈형 링드라이버 때문이다. 이틀 간 진행된 예약 판매에서는 초기 출시 입고분 전량이 완판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링크버즈는 제품 패키징과 케이스부터 친환경의 느낌이 물씬 든다. 일본 오리가미(종이접기)의 영향인지, 손바닥만한 작은 박스 안에 반지 케이스보다 작은 제품 본체와 추가 윙팁, 충전 케이블, 설명서 등이 다 들어있다. 제품 케이스에도 친환경 소재 재생 플라스틱이 사용됐지만 체급 탓인지 무선충전을 지원하지는 않고 C타입 단자로만 충전할 수 있었다.
케이스는 무게도 가볍고 크기도 47X40X30mm로 아주 작아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경쟁사들과 달리 자석이나 프리스탑 힌지 구조를 적용하지 않고 버튼을 눌러 여는 고전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케이스를 열면 조랭이떡 모양의 이어폰 본체가 들어있다. 결합이 단단하게 돼있진 않지만 소리가 나오는 드라이버 부분에 자석이 탑재된 듯 빼고 넣을 때 자성이 느껴진다.
본체를 착용했을 때도 외관과 같이 독특한 착용감이다. 기존 오픈형 이어폰들과도 착용하는 방법이 다르다. 귓구멍을 도넛 모양 링드라이버로 덮는다는 느낌으로 끼운 뒤 윙팁을 귀 연골 부분에 맞추면 된다. 기성 이어폰들과는 착용법이 다르지만 한 번 익히고 나면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윙팁과 드라이버 하단 일부 등 피부와 맞닿는 면적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머리를 흔들어도 빠지지 않아 걷거나 운동 중일 때도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았다.
소니코리아는 링크버즈 출시 당시 핵심 판매문구로 "벗지 않는 편안함"을 제시했다. 일상 소음을 차단하지 않고 음악을 배경으로만 깔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어폰 본체는 가벼운 착용감과 함께 무게도 4.1g에 불과해 하루종일 착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이어팁도 XS부터 5종으로 귀 모양에 맞게 조절해 사용할 수 있다.
오픈형 특성상 단점은 있지만 음질은 깨끗하고 해상력이 좋은 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 라이브 등 타사 오픈형 무선이어폰의 경우 저음을 강조하는 소프트웨어적 세팅이 들어갔지만 링크버즈는 그렇지 않았다. 이와 함께 앞서 내놓은 노이즈캔슬링 무선이어폰 WF-1000XM4에 탑재된 신형 통합 프로세서 'V1'이 들어가 더 높은 음질까지 지원한다.
신형 프로세서가 체감된 것은 통화성능이다. 주변 소음은 들어오지만 5억개 이상 목소리 샘플로 만든 노이즈 감소 알고리즘으로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린다.
이와 함께 소니가 자체 제공하는 앱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사용성을 더해줬다. 구체적으로는 △가속도 센서를 통해 이어폰 본체가 아닌 볼이나 귀를 두드려도 각종 제어가 가능했고 △적응형 볼륨제어 기능으로 주변 소음에 따라 볼륨이 조절됐으며 △말을 할 때 자동으로 음악이 정지되는 Speak to Chat △개인화가 가능한 이퀄라이저(EQ) 설정 등도 좋았다. 특히 △자동 전원 끄기 기능의 경우 안 쓸 때 이어폰을 빼고 전력을 아끼다가 전화가 왔을 때만 착용하면 스마트폰에 연결돼 유용했다.
전원성능은 크기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완충했을 때 5시간50분까지 재생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 사용시간은 5시간 남짓이었다. 모든 기능을 켠 상태로 지속적으로 음악을 재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충전 케이스까지 함께 사용했을 땐 2회까지 완전 충전하고도 10%가량 잔량이 남는 모습이었다.
소니 링크버즈는 완전한 음악감상용 무선이어폰이라기보단 소니코리아 설명대로 일상에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느낌이 강한 제품이었다. 착용했을 때 압력이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준수한 통화품질로 업무상 전화를 주고받을 때 편리했다. 노이즈캔슬링을 지원하는 무선이어폰을 쓸 때는 대중교통 이용 시 목적지 주변에서 기능을 끄거나 본체를 빼야했지만, 링크버즈는 안내음을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본체가 작아 이해가 안 되지는 않지만 무선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다소 불편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마감된 케이스와 본체는 먼지가 묻은 것 같아 신경쓰였다. 이와 함께 가끔은 이어폰을 착용해도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소니 자체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에는 최적화됐을지 모르지만, 엑스페리아는 국내 점유율이 0.5% 미만이다.
애플 에어팟과 함께 무선이어폰이 대중화되며 많은 경쟁업체들이 뛰어들어 다양한 제품들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블루위브컨설팅의 지난 9월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무선이어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2억7290만달러(약 24조원)에 달했다. 오는 2028년이면 700억달러(약 88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유선이어폰 시장 이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소니 링크버즈의 포지션은 뚜렷하다. 조랭이떡을 닮은 모양과 함께 일상에서 항상 함께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도 독특하다. 주변 소음을 막지 않는만큼 상담원, 택배기사 등 통화가 잦은 직업군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보인다.
소니 링크버즈는 △화이트 △그레이 등 두 가지로 출시됐으며 정식 판매가는 19만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