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유통공룡’ 롯데쇼핑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백화점·마트·홈쇼핑 등의 계열사가 대부분 유통 시장 선두권에 올라 있지만, 이커머스 부문 ‘롯데온’은 상황이 다르다. 계속되는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의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 대표가 수장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롯데온, 매년 ‘실적 부진·존재감 미미’ 꼬리표 붙어
롯데온은 매년 따라붙는 ‘실적 부진’과 ‘존재감 미미’라는 꼬리표를 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나 대표가 롯데온에 취임한 2021년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1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560억원으로 유통 사업부 중 가장 컸다.
또 코로나19 시기 소비 행태가 온라인으로 급변했음에도 롯데온은 경쟁사들에 비해 큰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1년 19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롯데온 거래액 성장률은 같은해 18%로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쿠팡은 72%, 네이버는 40%, SSG닷컴은 22% 늘었다.
롯데온의 사업 부진은 지난해 8월 실시한 거버넌스 통합과 관련이 깊다. 롯데쇼핑은 흩어진 온라인 기능을 통합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갖추기 위해 백화점, 마트 등 각 유통 사업부의 온라인 조직과 설비자산 등을 이커머스 사업부로 이관했다.
하지만 롯데온에게 계열사 온라인 통합이 독이 됐다. 자산이 이동하며 손익인식 기준이 바뀐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상품이 롯데온에서 팔리면 해당 계열사 매출로 인식되지만, 여기서 발생한 물류비 등의 지출은 롯데온이 떠안았다.
롯데온은 최근 수익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오픈마켓과 더불어 명품·패션·뷰티 등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명품·뷰티 전문관인 온앤더럭셔리와 온앤더뷰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개인화 추천 영역을 확대했다. 마트·슈퍼를 통해 진행했던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 권역은 점진 축소한다. 해당 영역은 오카도와 협업해 효율성을 높인 새로운 플랫폼에 맡긴다.
롯데온은 올 3분기 적자폭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85억원 줄었다. 롯데온 손실 규모가 줄어든 것은 e커머스사업부 실적을 따로 떼어내 공개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이커머스에서 성장의 지표로 꼽히는 거래액이 줄었다. 롯데온의 3분기 거래액은 7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롯데온 오픈 이후 거래액이 꺾인 것은 처음으로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 코앞에 다가온 정기 임원인사, 나 대표의 거취는
롯데온이 그동안 부진한 성과를 거두면서 이번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나 대표의 거취에 시선이 쏠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인재’를 반복 언급하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이르면 이달 중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오랜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 및 파격 인사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경쟁사인 신세계의 경우 지난 10월 성과주의에 입각한 ‘신상필벌’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 대표의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