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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신년특집] SK그룹 "분쟁·계열분리 없다"…3세 승계 방향타는 어디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고은서 인턴기자
2022-12-27 07:00:00

[기업승계 열전: 지금은 大승계시대③]

'추대'로 2세 승계…한국에선 드문 사례

분쟁·계열분리 없이 4촌 형제 독립 경영

최성환 사장 승진…최신원系 '승계 속도'

최태원 "기회 열려 있다" 승계 논의 일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기업을 일으키기는 어렵지만 이를 반석 위에 올려 번창시키기는 더 어렵다. 예로부터 여러 왕조의 창업 군주와 더불어 치세를 한 군주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후계자를 정하는 창업주는 고심을 거듭하고 때때로 상속 분쟁이 이어진다. 기업 승계 구도를 보면 한 국가의 경제 체제와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기업집단 10곳 중 7곳은 승계 중…막 오른 '大승계시대'
②'삼성 마지막 후계자' 이재용, 지배구조 개편 묘수는
③SK그룹 "분쟁·계열분리 없다"…3세 승계 방향타는 어디로
<계속>


SK그룹은 국내 주요 기업집단 가운데서 이른바 '왕자의 난'을 겪지 않은 드문 기업이다. 이뿐 아니라 창업주 세대에서 2세로 경영권이 옮겨가면서 계열분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SK그룹은 옛 선경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일 기업집단으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4촌 지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경영권을 분점한 형태다. SK는 한 몸이지만 형제가 각각 독립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셈이다. 나누자면 최태원계(系)와 최신원계, 최창원계 등이 존재한다. SK라는 큰 덩어리가 있고 SK네트웍스와 SK디스커버리라는 '소그룹'이 있다.

각 소그룹은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한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화학)과 SK바이오사이언스(제약·바이오), SK가스 등을 거느렸다. SK 지주회사인 SK㈜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와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독자 행보 중이다. SK네트웍스는 무역·물류·서비스 등 사업을 한다. SK㈜ 산하로 완벽히 독립한 상태는 아니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과 통신·반도체·석유화학을 맡았다.

최태원 회장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현재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 대표이사다. 최 수석부회장은 과거 횡령 혐의로 수형 생활을 하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른 5년 취업 제한이 풀리면서 지난해 말 경영에 복귀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그룹 신수종 사업인 이차전지(배터리) 분야를 이끌며 형을 보좌하고 있다.

◆분쟁 없이 최태원에 힘 실어준 형제…SK식 승계 문화

SK 전신인 선경은 고(故) 최종건 회장이 창업했다.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형에게 경영권을 넘겨받아 1980~1990년대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SK를 국내 5대 그룹으로 키웠다.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각각 최종건 회장의 차남과 3남이고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최종현 회장의 장·차남이다.

최종현 회장 후계자가 최태원 현 회장으로 정해진 때는 1998년 8월이다. 최종현 회장 별세 직후 2세들은 가족회의를 거쳐 최태원 회장을 추대했다. 최종건 회장 장남으로 승계 서열 1순위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4촌 동생인 최태원 회장에게 경영권을 양보했다. 다른 형제들도 합심해 최태원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기로 했다.

한국 기업사에서 가족회의를 통한 추대는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다. 당장 5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에 속한 다른 기업만 봐도 LG를 제외하고 모두 크고 작은 분쟁을 겪었다. 왕자의 난 또는 형제의 난을 겪지 않은 LG그룹조차도 구씨와 허씨 간 동업 관계가 정리됐고 후대로 승계가 진행되면서 LIG, LX, LS 등으로 계열분리됐다. 범LG가(家)는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평화를 지켰다.

◆최성환 사장 승진으로 SK네트웍스 먼저 '3세 승계'

SK그룹에서 3세 승계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 곳은 SK네트웍스다. 최신원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3세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전면에 부상했다. 최성환 사업총괄은 이달 1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신임 사장은 최신원 전 회장 장남으로 올해 42세다.

최 전 회장은 사실상 경영에서 은퇴했다.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와 관련한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올해 초 특경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최 전 회장 측은 항소한 상태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이 올해 73세로 고령인 데다 특경법의 5년 취업 제한을 적용하면 경영에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사장은 2019년 SK네트웍스 기획실장으로 입사했다. 올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가 1년 만에 사장 직함을 달았다. 입사 이후로는 4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최 사장으로의 승계 작업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SK네트웍스는 "(최 사장은) SK그룹 첫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며 갖춘 해외 사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SK네트웍스의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구축과 내부 역량 확보를 주도해 왔다"며 "2020년에는 직영 주유소를 자산과 영업으로 나눠 복수의 상대에게 매각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고 승진 이유를 밝혔다.

현재 SK네트웍스 최대주주는 지분 39.14%를 보유한 SK㈜다. 최 사장은 2.63%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최 사장은 2020년 말까지 SK네트웍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으나 지난해 3월부터 SK㈜ 지분을 일부 매각해 회사 지분을 확보했다. 향후 최 전 회장이 보유한 0.84%를 물려받고 SK㈜ 주식을 추가로 팔아 SK네트웍스 지분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태원 회장 자녀 SK그룹 근무…후계 구도 논의 일러

최태원 회장 후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 회장은 현재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에 최윤정·민정·인근 삼남매를 슬하에 뒀다. 이들은 모두 SK그룹 계열사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승계를 논할 만큼 나이가 많지 않다. 게다가 최 회장이 SK그룹과 더불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는 등 현역에서 왕성하게 경영 활동 중이어서 후계 구도 논의는 시기상조에 가깝다.

장녀 최윤정 씨는 2017년 SK바이오팜 전략기획실에 입사해 책임매니저로 근무했다. 현재 휴직 후 미국 유학을 떠난 상태다. 최윤정 씨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바이오 관련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학위를 취득한 후 회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차녀 최민정 씨는 1991년생으로 해군 장교를 거쳐 SK하이닉스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셋째이자 장남인 최인근 씨는 1995년생으로 2020년 SK E&S에 입사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아직까지는 승계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후계 구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당시 인터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승계 관련 질문에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면서도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으며 아들은 어리고 본인만의 삶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자녀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이 평소 사회적 가치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해 온 만큼 자녀에게 경영권을 애써 물려주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SK그룹은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이끄는 지배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는 등 이사회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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