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조사 기관인 프라페시 마켓 인사이트(PMI)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올해 19억 3000만 달러(약 2조 4511억원)에서 2032년 305억 달러 규모로 약 16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 후에도 잔존 용량이나 배터리 상태 등에 따라 또 다른 전기차에 재사용할 수 있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배터리의 경우 분해하면 리튬, 니켈, 망간 등의 핵심 소재를 추출할 수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두고 미래형 도시 광산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특히 지난 8월 통과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RA에는 2023년부터 부품의 50%이상, 원자재의 40%이상이 북미 혹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다 최근 원자재법(RMA) 관련 수렴 절차에 착수한 유럽연합(EU) 상황을 봐서도 원자재를 확보할 만한 공급망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RMA는 EU 내 생산 증산 등을 통해 원자재 공급망을 정상화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리스크 관리와 연구·혁신(R&D) 역량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올해 4월말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발효되면 2030년부터 산업 및 전기차용 주요 배터리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폐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분류하는 등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폐배터리 관련 재활용·재사용 관련 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사들도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다량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는 만큼 그대로 매립할 경우 토양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아예 전기차용 폐배터리를 두고 리튬·망간·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 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도 폐배터리 활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전기차 보급이 속도를 낸 게 오래되지 않은 데다 아직까지는 폐배터리 문제가 피부에 닿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지 않아서다. 그나마 전기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베이징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시행하는 등 정부 주도로 재활용 정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도 대응에 나선 가운데 한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그간 다수 대책들이 나왔지만 정부 보조금 지급 문제나 소유권 등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일부 재활용 대안에 대한 안전성이나 효율성 등도 논란 요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폐배터리는 새로운 쓰레기이기도 하지만 '황금'을 캐는 산업으로서 중요한 미래 먹거리 중 하나"라며 "폐배터리 재활용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역할이 서로 다른 만큼 법적으로 (재활용 절차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