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비급여 치료를 받은 후 실손 보장이 되는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수법으로 실손의료비를 청구했던 때도 있습니다. 병원과 환자가 짜고 친 판이죠." (보험업계 관계자 B씨)
보험사기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는 급증하는데 이를 예방할 관련법은 7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사기 성격과 양상에 따라 적절히 적용할 법령이 존재해야 하나 국회 반응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7302억원이었던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21년 9434억원을 기록했다. 4년 새 2000억원이 증가했다. 게다가 보험사기 적발 금액 환수율도 바닥을 쳤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같은 기간 보험사기 적발금에 따른 환수율은 손해보험은 15.2%, 생명보험은 17.1%에 불과했다.
사기 수법도 인터넷을 매개로 사기 조직을 꾸린다거나, 병원과 브로커가 공모해 실손보험금을 편취하는 등 다양해졌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수법이 시간이 지날수록 지능화·조직화하고 있으며 그 피해액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관련 법률은 시시각각 변하는 보험사기 예방은커녕 제자리걸음에 멈춘지 오래다. 2016년 제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관련법이 변해가는 보험사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피해자를 제대로 구제하지 못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보험회사가 보험사기로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려면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보험 사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인 반면 보험금 반환 청구에 관한 소멸시효는 5년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재판에서 승리하더라도 보험금을 제때 환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욱 문제는 보험사기로 누적된 피해가 보험 고객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사기 피해액이 증가하면 손해율 증가와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4년 새 급증한 보험사기 피해액이 보험사 손해율과 보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업계와 고객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국회 반응은 미온적이다. 2020년 6월부터 현재까지 발의된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 법률안은 12개에 이르지만 단 1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욱이 작년 11월 강 의원이 '적발 금액 소멸시효 연장·유죄 판결 시 즉각 환수 조치'를 골자로 내놓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전날 오전에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안건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가평계곡 살인사건'이 터지며 보험사기를 바라보는 국민 관심도가 높아졌고 해당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도 없는데 왜 이렇게 법안 논의가 늦춰지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