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기자수첩] 제약주권 갈길 먼 K-바이오, 컨트롤타워 시급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현정인 수습기자
2023-02-01 11:24:13

[사진=현정인 수습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학부에서 바이오를 전공하고 제약·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며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바로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서도 현실을 보면 연구 지원 예산은 아쉽고 제약·바이오산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과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제약·바이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의아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지난 30일 "제약주권 확립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제약주권이란 의약품 생산 공급에 있어 의존하지 않고 독립성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대,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60%대로 낮은 편에 속한다. 약품의 생산 과정에서 원재료는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경우가 상당수다. 작년 감기약 품절 사태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중국이 몇 가지 의약품 수출을 제한하며 약을 조달해야 하는 나라는 비상이 걸렸다. 결국 국가가 약을 자력으로 개발·생산·공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결론을 얻었다.
 
먼저 제약주권을 확립하기 위해선 R&D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R&D 예산은 30조원이다. 이중 보건의료 R&D 예산은 1조 4690억원으로 약 5%에 해당한다. 작년 1조 4687억원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3년 예산이 전년대비 3.0% 증가한 것을 생각하면 비율은 감소했다. 또한 미국의 국립보건원(NIH) 예산이 475달러(약 60조 3000억원)이며 매해 절반 이상의 예산을 연구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또한 제약바이오협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R&D 예산을 분석한 결과 R&D 중 기업 지원은 15%에 불과하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는데 드는 금액을 생각해보면 기업의 부담은 꽤 크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설치도 필요하다. 현재 제약·바이오 산업을 총괄하는 조직은 없다. 신약 개발 과정만 보더라도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부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들이 소통해야 할 현안이 산재해있다. 신약 개발은 빠른 추진력이 중요한데 제약·바이오 업계들은 예산배정과 집행·인허가 등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며 컨트롤타워 설치를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다. 업계에선 크게 반색했지만, 1년이 다 지나도록 제자리를 맴돌았다. 정부 출범 초기 국무총리의 인준도 늦어졌고, 다섯 달이 다 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의 빈 자리도 채워지지 못한 영향이 컸다. 보건복지부는 신임 장관이 취임한 후 "관계 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아직까지 진전된 상황은 없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코로나 진단키트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K-바이오도 계속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R&D 투자, 컨트롤타워 등의 폭넓은 지원과 낮은 자급률 극복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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