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익숙한 단어의 개수는 몇 개인가
이 단어들은 모두 '다이어트'와 관련된 단어다. 뼈만 보일 정도로 말라야 하며, 키에서 몸무게를 뺀 숫자가 125~130 이상, 씹고 뱉기, 먹고 토하기, 프로아나(거식증을 추구하고 섭식장애 치료를 거부하는 현상), 디에타민 식욕억제제 등이다.
10~20대 여성들이 위험하다. 날씬함을 넘어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을 선호하고 있다. 더 마르기 위해 마약류 중 하나인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에 손을 대거나 더 나아가 거식증을 앓고 있다.
펜터민 계열의 식욕억제제인 일명 '나비약'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에만 BMI 27 이상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부작용 발생 우려로 단기간 처방만 가능하며 의사 지시에 따라 섭취해야 한다. 현재 '뼈말라'를 간절히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약할 수 없는 약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나비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에 나비약 관련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들이 검거됐지만 지금도 구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손에 넣을 수 있다. 특히 이런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의 경우 16세 이하는 처방 받을 수 없는데, 최근 검거된 피의자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인 것을 보면 마약류 의약품 처방과 관리 실태 점검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0~20대 여성들의 거식증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의 경우 10대 남녀 거식증 환자 수는 각각 46명, 340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7배 가량 많았으나 2021년에는 각각 49명, 486명으로 10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거식증은 섭식장애 중 하나인데, 질병이 아닌 다이어트의 부작용 정도로만 느끼는 경우가 많아 환자 숫자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더 이상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섭식장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더해, 마른 몸을 동경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마름'과 '건강'이 직결되지 않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의 경우 어느 정도의 피하지방은 있는 것이 정상이다. 키 165, 나이 20세를 기준으로 이들이 원하는 '키빼몸 125'는 BMI지수가 14.69로 심각한 저체중이며 건강하기 힘든 상태다.
TV, 유튜브, SNS 등에서는 적게 먹는 사람을 추앙하는 '소식좌'가 유행하고 있다. 마른 몸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여전하다. 더 마르기 위해 향정신성 의약품 중 하나인 펜터민 계열 약을 몰래 복용하고 사고 판다. 목숨까지 해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게 만드는 이 사회. 마약류에 손을 대게 하는 이 사회는 과연 아무 잘못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