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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미래비전 제시하는 윤경림호 드디어 출항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선재관 기자
2023-03-23 00:00:00

KT 사장후보 선출여정과 디지코에서 디지AI의 미래비전 제시

윤경림 KT 사장[사진=KT]

[이코노믹데일리]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사장에 대한 의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모두 윤 내정자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면서 KT 차기 대표 내정자에 대한 주주들의 표심이 '찬성' 쪽으로 기우는 형국이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2대 주주 현대자동차가 사실상 선임에 반대 견해를 밝히며 먹구름이 드리워졌지만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잇단 찬성 권고에 이어 개인투자자들까지 힘을 보태면서 판세가 뒤집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 20일 ISS는 이달 31일 KT 정기 주총에서 윤 사장을 차기 대표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ISS는 "윤 사장의 배경과 회사의 장기 성장 전략 등을 고려할 때 KT의 사업 계획을 주도할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이사 후보를 해임할 경우 회사 가치와 주주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 역시 지난 13일 주주들에게 보낸 자문 의견서를 통해 윤 사장의 선임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내정자 명단을 검토한 결과 주주들이 우려할 만한 실질적인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윤 사장을 비롯한 모든 사내이사 후보자 선임에 찬성할 것을 추천했다. 

44%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에 영향력 있는 양대 외국계 자문사와 국내 자문사 등이 모두 윤 사장 선임에 긍정적 의견을 내놓자 찬성 여론이 커지고 있다. KT 소액주주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서도 윤 사장 선임 찬성에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주주들도 늘고 있다.

20일 기준 네이버 카페 KT 소액주주모임 주식 인증 회원 수는 1500명을 돌파했다. 보유 주식은 365만2000주를 넘겼다. 해당 모임은 주총 전까지 500만주인 2%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사장이 최근 내비친 KT 지배구조 개선 의지 역시 소액주주들의 결집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T 주주총회는 3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개최된다. 윤 후보자의 CEO 선임 안건이 주총에서 가결되려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 홈페이지 공개 모집,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를 뚫고 최종 확정

이달 7일 KT이사회는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홈페이지 공개 모집을 통해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가 모였고, 이 중에서 4명을 추린 끝에 KT 내부 인사인 윤 사장이 낙점된 것이다. 하마평에 올랐던 정치권 인사들은 한 명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 사장이 KT의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정해질 때까지 많은 과정들이 있었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 우선 심사가 철회됐으며, 이후 다시 진행한 대표이사 공개 경쟁에서도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다. 정부와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 구조에 대한 논란을 지적하자 구 대표가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KT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 25조6500억원, 영업이익 1조6901억을 기록하며 사상 첫 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다.

구현모 대표 임기 3년 동안 KT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기업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했다.

KT 입장에선 구 대표가 씨를 뿌린 '디지털 전환' 사업을 계승, 차질없이 이행할 적임자가 새 대표로 선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KT는 후보선출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판단된다"면서 "윤 사장은 내부출신으로 뛰어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 파란만장한 KT에 세 차례 입사

윤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과학과 석사,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LG데이콤과 하나로통신에서 창립 초기부터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경력을 쌓은 뒤 2006년 KT에 신사업추진실장으로 KT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남중수 KT사장 직속조직이였던 신사업추진실을 맡아 신사업 발굴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신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CJ로 자리를 옮겨 그룹 기획팀장 등을 맡아 CJ그룹의 미디어통신 사업 확대에 힘을 보탰다. CJ헬로비전 경영지원총괄에 선임됐다가 2014년 당시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하면서 새로 신설한 미래융합전략실장 자리에 영입했다. 당시 그는 미래융합전략실장으로서 황 회장의 탈통신 전략에 따라 내부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성장동력 사업발굴, 사업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끌었다. 글로벌사업부문장으로서 해외시장 확대에도 기여했다. 

이후 2019년 현대자동차로 이직해 모빌리티 사업 혁신을 이끄는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을 맡았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순혈주의를 깨고 핵심 요직에 외부 인재를 발탁한 것이어서 주목 받았다. 

이후 2021년 KT가 구현모 사장 직속으로 경영전략 컨트롤타워 격인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신설한 직후 윤 사장은  이 부문 수장을 맡으며 KT에 다시 돌아왔다. 2022년 3월 사내이사에도 선임되면서 KT의 핵심 최고경영진에 들게 됐다.

◆ 윤경림號와 KT가 그리는 미래비전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사업 가속화와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부연했다. 

윤 사장은 초창기 KT IPTV를 발굴하고 성공시킨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와 일해본 직원들은 '스마트'를 윤 사장을 대표하는 단어로 꼽았다. 윤  사장이 차기 대표로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경우 전임 구현모 대표를 계승해 '디지.AI(DIGICO+AI)’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윤 사장이 제시한 디지.AI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와 ‘인공지능(AI)’의 합성어다. 이제 막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디지코’ 전략과 함께 최근 챗GPT와 같은 초거대AI 기반 서비스를 통해 ‘AI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또한 미디어사업에 강한 윤 사장은 KT 미디어 사업을 키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에 기여했다. 현대차와 CJ가 KT에 투자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인공지능(AI)·모빌리티·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신사업 발굴에 강점을 지녔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의 DX(디지털 전환) 전문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경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윤 사장은 사장후보 선임 후 "KT 대표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본인은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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