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중국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현지 고위급 인사와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 세부 규정에 포함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과 관련해 해법을 찾아올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전날(23일) 오후 전세기편으로 출국해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내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막하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에 참석한다. 이번 포럼에는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30여 명과 국유기업·금융기구 책임자 20여 명,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포럼은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개최하는 자리다. 고위 인사가 참석해 대내·외 기업인 또는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나 정책 등을 설명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포럼 성격을 따져보면 이 회장과 중국 정부 당국자 간 반도체 공장 운영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이 예상되는 인사는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등이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3기 체제를 출범한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돌파하기 위해 구형 칩 위주로 상한선 없는 보조금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회로 집적도가 3나노미터(㎚·1㎚=10억분의1m) 또는 4㎚인 최신 미세 공정 투자를 유치하는 대신 28㎚를 비롯한 안정화 제품을 생산해 반도체 산업 명맥을 잇겠다는 의지다.
반면 미국은 중국을 향해 고삐를 더욱 죄는 모습이다.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동시에 반도체법 세부 규정을 통해 기업이 중국 공장 생산능력을 늘리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국에서는 텍사스주(州) 테일러에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문)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게 보조금을 받으면 시안 공장에 추가 투자는 어렵다.
이 회장으로서는 미국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중국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 미국이 가드레일 조항을 28㎚ 미만 시스템 반도체까지만 적용해 메모리 반도체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미 정부가 가드레일 적용 범위를 넓힌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10㎚급이다.
재계 관계자는 "발전포럼에 중국 고위 인사가 다수 참석하겠지만 100명 가까운 외국 기업인이 모이기 때문에 개별 기업 문제를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할 수도 있다"며 "현지 인사와 글로벌 CEO 간 인사를 나누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