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대한항공과 한화그룹이 각각 인수합병 절차에서 고전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해외에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국내에서 심사가 지연돼 자칫 인수합병(M&A)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국내외 경쟁당국 14곳에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지 25개월 이상, 한화그룹이 대우조선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 4개월가량 지났다.
◆대한항공, 심사 준비에 1000억원 부었는데…인수 효과 '반감' 전망까지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필수 신고 국가에 신고서를 낸 2021년 1월 14일 이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베트남, 중국, 영국 등 11개국으로부터 심사를 마친 상황이다. 공정위를 제외하면 모든 국가들이 "양사가 합병하더라도 노선 점유율 50%를 넘기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다.
반면 심사가 지연되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은 합병으로 생기는 일부 독과점 노선에 대한 처리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 시애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일부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대한항공 측은 특정 시간 노선 일부를 내놓겠다는 타협안을 내놨지만 심사는 여전히 지연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시정 조치와 관련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전날(10일) 입장문을 내고 "2020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외 로펌, 자문사 등과 1000억원 이상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심사에 대응 중"이라며 "현지 로펌, 자문사와 함께 경쟁당국과 신규 항공사 취항 등 시정조치를 다각도로 협의 중이라며 신규 항공사 확보와 설득 작업도 진척됐다"고 밝혔다.
심사 지연과 함께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예측한 수준보다 합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아시아나항공을 2022년까지 인수하겠다"며 "합병 시너지는 연간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각종 제한과 조건이 늘어가는 상황에 시너지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공정위 승인을 받으면서 10년간 '알짜배기 노선'인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에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영국 심사 통과 과정에서도 현지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런던 히스로 공항 슬롯을 최대 7개 넘겨주기로 했다.
◆공정위 허들 남은 대우조선, 늑장 심사에 들끓는 지역사회
조선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가 한창이다. 현재 7개 해외 경쟁당국 심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영국이 남았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공정위가 아직까지 합병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한화에서는 이달 중 국내와 해외 경쟁당국 심사를 마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한화 측은 현재 그룹 내 계열사들의 사업 영역이 대우조선과 겹치지 않아 기업결합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공정위는 조선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양사 합병으로 군함, 함정 분야에서 점유율이 높은 한화가 계열사인 대우조선에 유리한 조건으로 무기를 공급할 수 있어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경쟁사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한화 측은 방위산업 시장은 정부가 수요자인 만큼 특정 업체에 이점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양측 입장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당국 심사가 마무리됐음에도 공정위 심사가 결론 나지 않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대우조선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 시민들은 최근 범시민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정위의 늑장 심사에 대해 "120일간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한화와 최근 시정 방안 협의를 개시하고 심사 절차를 속개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양사 결합으로 인한 조선업 생태계 강화와 방산 시너지 등 이점이 크다는 점을 집중해 설명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