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은 이날 원전 내부에 설치한 오염수 이송펄프를 가동해 원전에서 1km 떨어진 바다에 방류를 진행했다. 이날부터 도쿄전력과 함께 후쿠시마 방류 현장에 상주에 들어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인터넷 누리집에 오염수 내 잔류 방사성 물질, 농도 등을 공개했다. 방류 첫날 공개된 삼중수소 농도, 방사선량 등은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
도교전력은 이날부터 하루 약 460톤(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t을 방류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3월까지 한 차례에 7800t씩 세 차례에 걸쳐 오염수를 방류, 총 3만1200t이 방류된다. 이는 지금 후쿠시마 원전 설비에 고여 있는 오염수(134만t)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완전 방류에 3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지만, 오염수가 매일 90t씩 새로 발생하고 있어 실제 방류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도 국내에선 후쿠오카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관련, “오늘 오후 일본 측이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은 과학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오염수 방류를 찬성·지지하진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IAEA의 과학적 검증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국내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곤혹스러움이 그대로 전달된다. 한 총리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만의 하나의 문제 가능성까지 고려해 철처하게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과학적 요소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안전함을 강조하면서 후쿠오카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날,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해 곳곳의 수산시장에는 반짝하고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들이 몰렸다. 몇 달 전 천일염 구매로 온·오프라인 시장이 북적거렸던 반면 이날은 꽃게며 가자미, 갈치, 오징어 등 당분간 냉동실에 넣어먹을 수 있는 수산물 판매로 시장이 북적댔다. 하지만 시장 상인 누구도 이와 같은 수산시장 손님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날의 반짝 호황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주변 바다로 퍼지기 직전의 일시적인 안심이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중국은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은 앞서 후쿠시마현을 포함해 일본 10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는데 일본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달 일본 수산물 수입 제한을 철폐했고 미국은 2021년부터 일본 수입물을 정상 수입하고 있다. EU는 지난달 13일 EU·일본 정상회담 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시행해 오던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12년만에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당시 “우리는 과학적 증거와 IAEA 평가에 근거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27개 회원국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동일본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일부의 수입을 금지했고 2013년 9월엔 해당 지역의 수산물 전체로 수입금지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과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는 과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과 오염수 유출이 알려진 2013년 수산물 소비가 급감해 어민들이며 수산물판매자, 외식업계가 한바탕 시름을 안은 적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아직 수산물 소비가 지난해와 전반적으로 유사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장 심리는 너무나 취약하다. 일례로 지난 4월 후쿠시마 앞바다 우럭에서 방사능물질인 세슘이 기준치의 14배 이상이 검출됐다는 얘기가 확산되며 우럭 소비가 4분의 3으로 줄어든 적 있고 비슷한 시기에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을 요청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며 멍게 소비가 20% 가까이 감소한 일이 있었다.
그만금 과학적 안정보다 장바구니의 안심은 취약하다. 앞으로 30년 넘게 지속될 오염수 방류란 긴 숙제가 시작됐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과정을 지켜보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정부는 과학적 안정이 조금만 허술해도 소비자들의 안심은 크게 흔들린다는 가짜뉴스의 교훈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