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존 양자컴퓨터와 다른 새로운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이 이끄는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일본, 스페인, 미국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이용하는 새로운 양자 플랫폼을 제시하고 세 개의 전자스핀으로 ‘복수 큐비트(양자비트)’ 세계최초로 시스템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의 정보 저장 및 연산 기본 단위는 0 또는 1의 이진수를 바탕으로 구동된다. 이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기본 단위로 0과 1의 중첩 상태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정보 저장량과 연산 속도 등 성능이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히 높다.
기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버전은 지금까지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큐비트'가 제시됐다. 하지만 그동안 제시된 '큐비트'의 내용은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역사가 짧은 만큼 어떤 종류의 '큐비트'가 최선의 이론인지 현재로서는 답을 내리기 어렵다.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양자적 특성 분야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선도해 온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자체 개발한 최첨단 장비 '전자 스핀 공명 주사터미널 현미경'(ESR-STM)를 이용해 지난 5월 새로운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제어하고, 큐비트로 활용을 증명했다.
또 다른 선행 연구로 탐침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원자가 아닌 멀리 떨어진 원자의 스핀 상태를 '원격제어'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원격 제어 방식을 여러 큐비트 구조에 적용, '복수 큐비트'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이번에 발표한 큐비트 플랫폼은 얇은 절연체(산화마그네슘)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이 놓인 구조다. 연구단은 먼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센서 큐비트)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을 적용해 센서 및 원거리에 놓인 여러 큐비트(원격큐비트)들을 단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각 원격큐비트는 센서큐비트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원격큐비트의 스핀 상태가 바뀌면 센서 큐비트에 영향을 주고, 이 변화는 탐침을 통해 읽힌다. 이어 연구단은 이 큐비트 플랫폼을 이용해 양자정보처리에서 핵심적인 기본 연산인 ‘CNOT’와 ‘Toffoli’ 게이트를 구현했다. 해당 연구는 0.4K(-272.75℃)의 극저온에서 수행됐다.
박수현 연구위원은 “원격으로 원자를 조작하면서 여러 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이전까지는 표면에서 단일 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복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하는 큰 도약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아직 당장 상용화로 사용하기엔 걸음마 단계지만 새로운 방향에 발견으로 향후 새로운 양자이론의 양자컴퓨터의 탄생이 매우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이번에 제시된 플랫폼은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개별 큐비트의 크기가 1nm 이하인 즉, 가장 작은 크기의 큐비트를 이용해 양자집적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큐비트 플랫폼과 차별화된다. 또한 초전도체 등 특정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초전도접합 큐비트)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큐비트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
배유정 연구위원은 “전자스핀 큐비트 플랫폼을 수십,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양자정보과학의 새 시대를 열고, 혁신을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10월 6일(한국시간)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