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의 1개월 이상 신용카드 연체 총액은 2조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분기(1조3398억원)보다 53.1%(7118억원)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1개월 미만 연체액도 5961억원으로 집계되면서 2018년 3분기(7244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5378억원으로 1개월 이상 연체액이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카드(3220억원) △롯데카드(3056억원) △삼성카드(2816억원) △우리카드(2219억원) △하나카드(2063억원) △현대카드(1281억원) △BC카드(483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3분기 연체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BC카드(171.40%)였다. 뒤이어 △하나카드(164.5%) △롯데카드(83.8%) △우리카드(64.7%) △신한카드(56.2%) △KB국민카드(52.4%) △삼성카드(45.6%) 순이었다. 반면 현대카드는 34% 감소했다.
이런 수치는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지자 서민들이 카드값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빚을 내서 다른 빚을 갚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960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1조664억원)보다 49.6%(5296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이란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만기 납입 시점에 빌린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카드사로부터 다시 대출받는 것을 말한다. 대출을 받았다가 또 받는 경우이므로 신용점수가 떨어지게 된다. 차주 신용에 문제가 있거나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만약 연체가 지속되고 상환이 안 되면 이자 부담도 가중된다.
같은 기간 리볼빙 잔액도 상승했다. 국내 8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5115억원으로 전월(7조4697억원)보다 0.56%(418억원) 늘었다. 리볼빙은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 대금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서 결제하는 형태의 서비스다. 당장은 채무 부담을 덜 수 있는 것 같아도 최고 연 20%에 달하는 고금리이기 때문에 빚이 크게 불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카드사 부실로도 이어지게 될 위험성이 높다. 앞서 금감원은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리볼빙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과도한 금리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난으로 소비자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율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취약 차주 중심의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