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카드 대금을 갚지 못해 이월 시켜 결제하는 리볼빙 서비스의 잔액이 7조5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을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카드사들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5832억원으로 전월(7조6125억원) 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7조1634억원)과 2021년 연말(6조1448억원)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성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16.65%로 9월(16.55%) 대비 0.10%포인트 올랐다.
리볼빙은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 대금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서 결제하는 서비스로 정식 명칭은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다. 당장은 연체 없이 카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장점으로 보이지만 최고 연 20%에 달하는 고금리에다가 이월한 카드금액에 대해 이자가 붙는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점 때문에 카드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리볼빙 잔액도 함께 쌓인다. 이는 카드사 부실로 이어지게 될 위험성이 높다.
올해 들어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과 더불어 리볼빙 잔액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가 업황 악화로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 서민들의 리볼빙 서비스 이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초 카드사들을 상대로 리볼빙 서비스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도할 방침이다. 올해 10월까지 리볼빙 잔액, 이용 회원 수, 이월 잔액, 연체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리스크 범위 안에서 적절히 운영할 수 있게끔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대적으로 리볼빙 잔액이 많이 늘거나 연체율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카드사 3~4곳이 대상으로 선정될 예정이다.
또 과도한 금리 마케팅으로 고객에게 리볼빙을 권유하는 영업 행태를 자제하라는 내용도 함께 지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과 카드사는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앱) 리볼빙 광고 문구 개선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볼빙의 특징인 일부 대금 이월 결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카드 연체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 위주로 강조한 것과 적정 금리 안내가 미흡했던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아울러 1년 동안 카드사별 리볼빙 잔액이 많이 늘어난 곳은 KB국민카드(1조3544억원→1조5165억원), 신한카드(1조4448억원→1조6068억원), 삼성카드(1조1857억원→1조3463억원), 롯데카드(9403억원→1조956억원) 등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말 그대로 대출이기 때문에 바로 개인 신용 평가에 영향을 주게 돼 상대적으로 리볼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리볼빙은 연체가 됐을 경우만 신용 점수에 영향을 미칠 뿐 사용 자체로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