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SEC는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ETP는 ETF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 SEC는 상장지수펀드를 뜻하는 ETF 대신 ETP 용어를 사용한다.
이날 SEC 승인 결정에 따라 앞서 상장을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다. 상장 예정인 상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비롯해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아크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비트와이즈 애셋매니지먼트 △발키리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등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앞서 법원은 위원회가 그레이스케일의 ETP 상장 및 거래를 불승인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했다"며 "이런 상황과 승인처분에 대한 추가 논의를 바탕으로 비트코인 현물 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게 지속 가능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결정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지난 2021년 그레이스케일은 SEC에 자사가 운용하는 비트코인 펀드(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며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SEC는 2022년 6월 이를 반려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이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연방항소법원은 SEC에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하라고 결정했다.
아울러 SEC의 승인 결정은 그 전날 SEC의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는 허위 게시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나왔다. SEC는 해당 계정이 해킹돼 글이 무단으로 게시됐다고 밝혔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함에 따라 향후 대규모 자금 유입이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이 새로운 전환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회계규정이나 각종 규제 등을 이유로 기관 투자자들이 쉽게 매입할 수 없었지만, 현물 ETF가 출시되면 앞으로 기관 포트폴리오에 쉽게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가상자산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투자전략부는 지난해 10월 '2024년 비트코인이 온다' 보고서에서 보수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는 전 세계 ETF 운용자산(AUM) 중 100억 달러가, 다소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금 ETF 전체 AUM과 맞먹는 9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겐슬러 위원장은 "오늘 위원회의 결정은 증권이 아닌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에 국한됐다"며 "이는 위원회가 암호화폐 자산증권의 상장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된 수많은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