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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두산·동국홀딩스도 뛰어든 CVC…미래 먹거리 힘 받는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고은서 기자
2024-02-15 06:00:00

모기업, 벤처기업 모두 '상부상조' 구조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CVC 투자 '활발'

그룹사 경쟁력 강화·오너家 능력 입증

이창양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산업부
이창양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산업부]
[이코노믹데일리] 두산에 이어 동국홀딩스까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올해 CVC 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CVC가 자사 경쟁력을 키우고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CVC는 회사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VC)로, 기업이 자신의 경영전략과 연계해 투자하기 위해 설립·보유하는 VC를 의미한다. 전략적 투자자란 점에서 재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반적인 VC와 구분된다. 

CVC는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모기업 인프라를 제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도록 지원한다. 재계 관계자는 "모기업은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며 "벤처기업은 자금을 투자 받아 기술과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상부상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CVC는 지난 2021년 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하며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이전까지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 VC 설립이 불가능했으나 개정안 시행으로 국내 기업의 CVC 설립이 허용됐다.

금산분리의 원칙이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에 대한 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일반 지주회사는 산업자본, CVC는 금융자본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두 자본의 결합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앞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해외법인 형태나 지주사 체제가 아닌 계열사 형태로 CVC를 운영해 왔다.삼성벤처투자, 카카오벤처스, KT인베트스먼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규제 완화 이후 약 2년이 지난 현재까지 △GS그룹(GS퓨처스·GS벤처스) △효성그룹(효성벤처스) △CJ그룹(CJ인베스트먼트) △동원그룹(동원기술투자) △LX홀딩스(LX벤체스) 등이 CVC를 설립한 상태다.

이에 두산그룹까지 대열에 합류하며 국내 CVC 시장이 활기를 더 띨 전망이다. 최근 두산 CVC인 두산인베스트먼트가 펀드 결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투자 활동에 들어섰다. 두산그룹은 △로보틱스 △반도체 △인공지능(AI) △자동화 △그린 에너지 등 5개 유망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최근 동국제강그룹 지주사 동국홀딩스도 미래 먹거리로 CVC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 임원 인사를 통해 배창호 전 신한캐피탈 투자금융 1본부 본부장을 CVC '동국기술투자(가칭)' 대표이사 내정자로 영입하면서다. 동국홀딩스는 업황 부진 속에서 CVC를 통해 투자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대기업들의 CVC 설립 목적은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 금액으로 그룹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기업의 CVC 설립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해 왔다. 정부는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CVC 외부출자 상한은 현행 40%에서 50%로, 해외투자 상한은 20%에서 30%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옛 규제가 기업 경영 활동에 제약이 되고 있다며 지난 6일 공정위에 CVC 규제 완화를 공식 건의했다. 특히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도 CVC가 투자한 벤처기업 인수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는 사업 시너지가 예상되는 벤처기업이 있더라도 인수가 불가능해 CVC에 출자할 유인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재계는 올해가 CVC를 통해 오너 3·4세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실무 경험을 쌓아 경쟁사 대비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다양한 기업 오너일가 자녀들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1년 이내에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CVC를 설립할 것"이라며 "이미 설립된 CVC를 인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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