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남부 지역이 사실상 아열대 기후로 변해 한국산 바나나, 망고, 커피까지 생산되는 가운데 올봄 여느 때보다 일찍 개화 시기가 도래해 봄꽃 축제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27일 온화해지는 날씨로 벚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이번 제62회 진해군항제 개최 시기는 3월 22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월 23일~4월 1일까지 10일간 개최된다고 밝혔다.
시는 “진해군항제는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벚꽃 축제로 작년에 열린 진해군항제는 국·내외 관광객 420만여명이 다녀갔다"며 이번 진해군항제 역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진해군항제 유래는 이충무공 동상이 있는 진해 북원로터리에서 제(祭)를 지내던 것으로, 1963년부터 축제로 개최하기 시작했다. 해군의 모항인 진해에서 열리는 축제인 만큼 평소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해군사관학교, 해군진해기지사령부 등의 개방 행사도 병행돼 해군기지의 면모와 아름다운 벚꽃을 가장 먼저 즐길 수 있는 축제다.
제1회 전해군항제가 4월 5일 개막했으나 2010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4월 1일이 개막일이었다. 벚꽃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져 지난해에는 3월 2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5일 개막했고, 올해는 이보다 이틀 빨리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개막 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60여년 만에 2주가량 빨라졌다.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기상청과 산림청에 따르면 아직 2월이지만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개나리와 진달래에 이어 벚꽃도 평소보다 일주일가량 일찍 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제주가 가장 이른 3월 20일쯤 개화하고 전주(3월 22일), 부산과 울산(3월 24일), 여수와 포항(3월 25일), 대전(3월 27일), 강릉(3월 30일) 등의 순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지난 26일 제주 청사 내 계절 관측용 매화가 만발했다며,지난해(2월 18일)보다는 23일, 평년(3월 13일)보다는 46일 이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해군항제를 필두로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봄꽃 축제들도 개막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전남 광양매화축제는 오는 3월 8~17일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열린 지난해 축제가 3월 10~19일까지 열린 것과 비교하면 이틀 빨라진 것이다.
지난해 4월 13~16일 경남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꽃 단지 일원에서 열렸던 ‘창녕 낙동강 유채축제’도 올해는 이틀 빨라진 4월 11일부터 14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 축제는 지난해 4월 1~2일 이틀 간 진행됐으나 올해는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추세에 따라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잠정적으로 4월 1~2일로 잡아 놓고 진달래 개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반면 기후변화로 인해 혼란을 빚거나 피해를 입은 축제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16~17일 열린 경남 거제의 겨울철의 대표 수산물 싱싱한 대구와 다양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거제 대구수산물축제도 타격을 입었다. 남해안 수온이 올라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대구가 거의 잡히지 않아 축제 참가자들이 생대구 구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열릴 예정이던 몇몇 축제는 얼음이 얼지 않아 아예 취소됐다.
어찌 보면 봄꽃 축제 일정 변경 정도는 기후변화가 축제에 가하는 영향이 위험하다고까지 할 순 없다. 하지만 이미 기후변화는 축제나 대형 행사 개최에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됐다. 지난해 9월 미국 네바다주 모래사막 지역에서 열린 ′버닝맨 축제′는 갑작스런 폭우로 참가자 수백명이 고립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죽음의 축제’가 됐으며 지난해 8월 1일부터 우리나라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도 준비 부족과 함께 예상을 초월한 극한의 폭염, 갑작스런 태풍을 계기로 대회가 중단되는 결말을 맞은 바 있다. 기후가 나날이 무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