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자동차의 날을 맞아 9일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된 토론회는 한국 자동차 산업 성장을 자축하는 대신 중국의 추격을 걱정하는 자리가 됐다. 현대자동차와 도요타가 과거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의 자리를 꿰찼듯 중국 BYD가 현대차·도요타를 앞지르는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맴돌았다.
자동차의 날은 한국 자동차 수출 대수가 누적 1000만대를 달성한 1999년 5월 12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지난해에만 277만대를 수출하는 성과를 냈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중국 업체가 매섭게 덩치를 키우고 있어서다.
중국 전기차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토양으로 삼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집계한 결과 올해 1분기 전 세계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포함) 313만9000대 중 절반이 넘는 176만5000대가 중국 몫이었다. 업체별로 보면 BYD 전기차는 58만대가 등록돼 점유율 18.2%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중국 자동차 회사인 지리차(15만6000대), 상하이차(SAIC·14만대)까지 합치면 중국 3개사의 점유율은 32.2%에 달한다.
전기차 등록대수 상위권을 중국 업체가 싹쓸이한 사이 현대차그룹은 12만2000대, 점유율 3.9%로 7위에 그쳤다. 도요타와 GM·포드 등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자는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상무는 이날 토론회에서 "중국은 과거 전기차 업체 수 480개로 시작해 현재 120여개가 남았는데 업체가 줄었다고 DNA가 사라진 게 아니다"라며 "이러한 잠재력이 중국의 무서운 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샤오미 전기차가 지금은 엉망이지만 3년 뒤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전기차의 무차별 공습은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기업에는 재앙이다. 중국 업체들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인 가격 문제를 해결했다. 값비싼 중·대형차 대신 소형 위주로 판매하고 차량 제조 원가 절반 수준인 배터리를 저렴하게 공급받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김효선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가격으로 중국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SDV는 SW가 기계 장치인 HW를 제어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고도화된 자율주행과 이동통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핵심이다. 스마트폰에 비유하면 과거 애플의 운영체제(OS)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경쟁을 벌인 것처럼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은 "자율주행, 무선 업데이트(OTA), 커넥티드 서비스 제공 등 기반이 되는 SDV는 전동화와 함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와 학계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부품 대기업마저 소프트웨어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성공은 사상누각"이라고 역설했다. 김 서기관 또한 "중국 업체와 기술로 승부하려면 인력이 중요하다"며 "올해 관련 예산이 적기에 집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2030년까지 연간 2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현대 모터 웨이'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기아는 같은 시기 연간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160만대로 제시했다. 앞선 고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환 전략과 SDV 개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