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에서는 장미축제가 한창이었다. 축제 현장은 평일 오후인데도 인파로 북적였다. 내리 쬔 햇볕에서 후덥지근한 여름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셀피 찍기에 바빴다. 전날(22일) 개막한 축제는 '러브스토리 인 울산'을 주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265종 300만 송이 장미가 손님을 맞았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함께 개최해 여러 축제 가운데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울산시와 SK이노베이션은 울산대공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 2006년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 팬데믹 2년을 제외하고 16년간 축제를 함께 만들어 왔다.
라경림 SK에너지(SK이노베이션 자회사) CLX 대외협력실 차장은 "매 주말이면 휴양지를 찾아 울산을 탈출해 부산이나 경주로 향하는 행렬이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울산에는 태화강이나 울산만 같은 수변 지역이 있지만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해 쉴 곳이 못 됐다.
제대로 된 녹지를 울산에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SK였다. SK가 '섬유에서 석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실현한 무대가 울산이었기 때문이다. 1968년 설립한 '울산직물'이 오늘날 매출 77조원 규모를 자랑하는 SK이노베이션에 이르는 과정은 곧 울산 발전의 역사와 같았다.
SK이노베이션은 "110만 울산 시민에 1인당 1평(3.3㎡)의 녹지를 선물한다"는 최종현 회장 뜻에 따라 울산대공원을 조성, 울산시에 기부 채납했다. 울산대공원 면적은 최 선대회장이 약속한 대로 364만㎡(330만평)을 자랑한다. 이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340만㎡)보다도 넓다.
거대한 도심 속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1997년 첫 삽을 뜨고 1년여 만인 1998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타계하고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까지 겹쳤다. 경영권을 이어받은 최태원 SK 회장은 "울산 시민과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뚝심으로 사업을 밀고 나갔다.
그러자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등을 주축으로 'SK 주식 사기 운동'이 벌어졌다. 울산 시민들은 지역 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회색 도시 울산에 녹색을 입혀준 SK를 십시일반 돕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
이에 힘입어 SK그룹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울산대공원을 무사히 시민의 품에 안겨줄 수 있었다. 울산대공원과 장미축제는 기업과 지역사회 간 신뢰의 상징이자 울산의 명물이 됐다. 정연용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이제는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 잡은 장미축제 덕분에 매년 울산을 찾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며 "올해는 4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