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신화통신) 베이징 지하철 9호선 객실에 두 명의 중국 우체국 직원이 택배가 가득 담긴 녹색 카트를 잡고 서 있다. 이들의 종착역은 옌팡(燕房)선 옌산(燕山)역이다. 넓은 객차 안에는 휴대전화를 손에 든 승객 몇 명만이 앉아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이 도시궤도교통시스템을 이용해 택배 운송을 시작한 첫날 풍경이다.
중국의 택배 처리량은 10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지하철 노선망 규모와 여객 운송량도 세계 1위다. 업계 전문가는 두 시스템이 안전성과 효율성을 담보로 잘 결합한다면 도시 지하 공간의 이용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하철 택배 배송의 시작
지난해 9월 23일 오전 9시경, 지하철 류리차오(六里橋)역 B번 출구 앞에 정차한 우편물 화물차에서 4천 부의 신문과 간행물이 두 대의 전용 카트에 담겨 9호선 플랫폼으로 옮겨졌다.
그 시각 9호선 지하철에는 승객이 많지 않았다. 우체국 직원은 카트를 밀고 택배 전용인 1호칸 문으로 가 지하철에 탑승했다.
중국우정그룹 베이징 팡산(房山)분사 운영관리부 관련 책임자는 과거 화물차로만 운송했을 때보다 최소 1시간은 절약된다고 밝혔다.
이후 베이징 지하철 4호선은 평균 만석률이 50% 미만인 평일 비수기 시간대에 택배 운송을 시범 운영했다.
베이징은 열차 발차·정차 시간, 승객의 이동, 설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고정 노선과 전문 인력을 이용해 택배 운송을 진행했다. 도시 궤도 교통의 비수기 여유 운송능력으로 택배를 운송하는 중국 최초의 시범 프로젝트였다.
지하 물류는 도시 지하 공간을 이용해 화물 운송 및 배송 설비를 구축함으로써 도시 안에서 각종 화물을 효과적으로 배송 및 분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베이징 외에도 상하이,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시, 톈진(天津) 등 지역에서도 지하 물류 운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하 물류를 통한 효율 향상
최근 수년간 중국 전자상거래의 급격한 발전으로 물류 처리량이 급증했다. 배송 수요에 맞추다 보니 도시 교통에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우정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택배 처리량은 전년 대비 19.4% 증가한 1천320억7천만 건에 달했다. 그중 도시 내 택배 처리량은 6.6% 늘어난 136억4천만 건으로 집계됐다.
현실적으로 지상의 공간과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물류 배송 수요를 충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동시에 기존의 화물 운송은 소음 공해와 배기가스 배출 등 도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면 지하 물류는 ▷대도시병 해소 ▷물류 운송 효율 향상 및 비용 하락 ▷공기 오염 및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 그 이점이 뚜렷하다.
연구에 따르면 기존 지상 물류에 비해 지하 물류 시스템은 운송 속도가 최대 시속 100㎞에 달해 운송 능력을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교통 상황과 기후 영향을 받지 않아 운송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한 궤도교통운영회사의 관리자는 "현재 도시 궤도 교통은 건설·운영 비용이 높아 승차권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지하철 택배 운송의 안전성, 기술적 타당성, 경제성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시범 사업의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