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첫날 벡스코 제1전시장에는 평일 오전인데도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 찾았다. 전시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대기업이 줄줄이 빠지면서 앞선 '2022 부산국제모터쇼' 때보다 전시장 내부가 다소 허전한 느낌은 있었지만 여유 공간이 많아져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다. 참가 기업 수와 부스 숫자만 놓고 보면 2년 전 134개사 1817부스에서 올해 161개사 1910부스로 늘었다.
부산모빌리티쇼는 서울모빌리티쇼와 격년으로 열리는 국내 유이한 자동차 전시회다. 매년 11월 열리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더불어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 규모 전시 행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선 2022년과 마찬가지로 한국지엠이나 KG모빌리티(당시 쌍용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향토 기업인 르노코리아와 금양이 참가하며 볼거리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덜었다. 르노코리아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후속인 '그랑 콜레오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일명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가 과거 몸담은 배터리셀 제조사 금양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시장 내부 분위기는 후끈했다. 부산은 물론 인근 울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은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전시된 차량을 둘러보기 바빴다. 자동차 전시회에 남성 관람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10대는 물론 20대 커플, 자녀를 동반한 30·40대 부부, 60대 이상 고령층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 부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곳은 단연 르노코리아다. 부산에 완성차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인 르노코리아는 글로벌 신차 전략인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차량 그랑 콜레오스를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020년 XM3(아르카나) 출시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차인 만큼 차량 안팎을 둘러보기 위해 10~20분가량 줄을 서는 모습도 보였다.
남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김모씨(50대·여)는 "남편이 그랑 콜레오스를 계약했는데 차량 실물을 보려고 올해 처음 부산모빌리티쇼에 왔다"고 했다. 김씨는 그랑 콜레오스에 대해 "좌석에 앉았을 때 편안했고 뒷좌석 공간이 넓어서 특히 좋았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다음 전시회 땐 자녀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경형 SUV 캐스퍼의 전동화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내놨다. 이 차량은 소형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기존 캐스퍼보다 넓은 공간을 지녔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귀여운 외관을 유지해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다. 현대차 부스 뒤편에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동승석에서 시승해 볼 수 있는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기아는 지난달 사전 계약을 시작한 소형 전기 SUV EV3와 목적 기반 차량(PBV) PV1·PV5·PV7을 전시했다. EV3는 캐스퍼 일렉트릭보다는 한 체급 높은 전기차로 상위 차종인 EV6 못지않은 실내 구성으로 관람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PBV 3종은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내부를 구성할 수 있는 박스 형태 차량으로 기아가 지향하는 미래 이동수단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배터리 관련 업체로서 유일하게 참여한 금양은 자체 개발한 4695 원통형 배터리를 전시했다. 이 배터리는 테슬라에 들어가는 4680 배터리보다 길이가 15㎜ 늘어난 것이다. 금양 관계자는 "4695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에 들어가는 468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수명이 높다"며 "현재 여러 완성차 회사와 비밀유지 협약을 체결하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모빌리티쇼가 풀어야 할 숙제도 눈에 띄었다. 자동차 전시회라기엔 너무 적은 수의 완성차 업체가 참여했다. 이는 콘텐츠 부족이란 문제로 이어진다. 실제 가족과 함께 전시장을 방문한 부산 거주 30대 여성은 "신차나 슈퍼카 같은 다양한 차가 많을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스럽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매번 부산에서 모터쇼가 열릴 때마다 왔는데 다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면 안 올 것 같다"고 밝혔다.
완성차 회사의 모터쇼 불참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일본 도쿄 모터쇼도 최근 들어 매 전시 때마다 참가 기업 유치를 걱정하는 실정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전통적인 모터쇼보다는 미국 국제가전박람회(CES)나 스페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같은 정보기술(IT) 전시회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시회를 주최한 BIMOS 사무국 측도 다양한 부대 행사와 축제를 곁들이는 등 흥행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열리는 지스타와 BIFF가 매년 흥행에 성공하며 부산 대표 축제로 위상을 공고히 한 것처럼 부산모빌리티쇼만의 성공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시 위주 행사로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기보단 체험 프로그램이나 '킬러 콘텐츠'를 개발해 다양한 관람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