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2일 “해당 센서(FCA)가 탑재된 차량이었다면 신호음이 크게 울렸을 것이고 심신 미약 상태가 아니라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을 것”이라면서 “센서가 작동했다면 한 두 사람을 쳤을 때 차량이 섰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사람을 10명 넘게 친 것으로 봤을 때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 A씨(68)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4차선 도로를 역주행 했다. A씨는 차량 두 대와 잇달아 추돌한 뒤 북창동 음식거리로 들어가는 길목 인도 쪽으로 돌진하며 안전 펜스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사망 9명 등 15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고 직후 피의자 A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급발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폐쇄회로(CC)TV 영상만 분석해도 급발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도 나왔다. 차량이 급발진할 경우 도로 위 가드레일이나 챠량 등 구조물과 부딪히며 억지로 감속하는 게 일반적인데 영상 속 제네시스 차량은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췄다.
염건웅 유원대학교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과거의 비슷한 사례를 봤을 때 급발진이 아닌 실수일 가능성,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을 밟을 가능성, 동승자가 탑승한 만큼 내부 상황 등을 고려해 "지금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급발진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현대차가 제네시스 G80에 기본으로 탑재하는 FCA가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이항구 원장에 따르면 FCA는 제네시스 시리즈에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차가 안전장치로 개발한 센서다. 이 센서는 앞 방향과 옆 방향에 보행자나 물체가 있을 경우 이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보내고, 이후에도 운전자가 이동을 멈추지 않아 충돌 위험이 높아질 경우 자동으로 제동 장치를 작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네시스 G80·G80 전동화 모델, 미국 IIHS 충돌평가서 최고로 안전한 차 선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해당 모델이 최고 수준의 충돌 안전 및 예방 성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네시스는 모든 모델에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등 다양한 첨단 주행 안전 보조 기능들을 대거 탑재해 우수한 안전성을 갖춘 차량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가해 차량이 안전 펜스를 뚫었고, 보행자를 한 차례 친 뒤에도 계속 돌진하면서 추가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원장은 "FCA가 정상 작동했다면 1차적으로 신호음이 크게 울렸을 것이고, A씨 말대로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멈췄을 것"이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A씨 주장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FCA를 탑재한 제네시스 G80이었면 멈췄어야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관련해서 현대차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