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끊임없는 반전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형제의 손을 들어줬던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번엔 모녀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주총에서 핵심 키맨으로 떠올랐던 신 회장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의 편에 힘을 실을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임종윤·종훈 형제를 지지했고 형제는 이사회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엔 신 회장이 형제를 등지고 모녀와 손을 잡았다.
지난 3일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신 회장이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6.5%(444만 4187주)를 매수했으며,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또한 전문경영인을 앞세운 기업 경영을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송 회장과 장녀 임 부회장, 신 회장은 35%의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보유하면서 약 19% 지분을 가진 임종윤·종윤 형제 측 지분을 넘어서게 됐다. 직계가족과 우호 지분까지 더하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한다.
현재 상황까지 한미약품 일가를 오게 만든 원인은 상속세 때문이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OCI와 통합으로 상속세를 마련해 보려다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전개된 것이다.
고(故) 임성기 회장이 2020년 별세한 뒤, 한미약품 오너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총 54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미납 상속세 2700억원이 남은 상태다. 개인당 확인해보면 송 회장은 약 1000억원, 임주현 부회장은 약 500억원, 임종윤·종훈 형제도 약 1000억원의 상속세를 더 납부해야 한다. 아직 임 형제 측은 어떻게 상속세 납부를 할 것인지에 대한 발표는 없다.
세종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신 회장에게 지분매각을 통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며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주식 가치 평가를 방해했던 '오버행 이슈'도 해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전문 경영인 체제 재편을 언급했다. 이에 업계는 신 회장과 임 형제간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형제는 자신들이 한미로 돌아오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던 신 회장에게 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내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준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그룹은 창업자 가족 등 대주주와 전문 경영인이 상호 보완하며 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형태의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의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경영을 시급히 안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